Page 179 - 2023서울고 기념문집fo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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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능선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중 가장 쉬운 코스로 알려져 있다. 해발 1000m 부
터는 아직 지지 않은 철쭉이 제법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세석에 오르기 전 계곡물에 머리를 헹구고 발을 담근 후 막걸리를 한 잔 들이
켰다. 상남자 성준형님은 엎드린 자세로 머리를 흐르는 물에 들이 민다. 비운선
생과 나머지는 소심하게 모은 손으로 물을 담아 머리를 헹구는데 두세 번 반복
하다 손이 시려서 포기했다. 이 좋은 놀음에 막걸리 한 잔으로는 부족하다. 고이
챙겨온 25도짜리 ‘진로’ 소주 커밍아웃. 비운선생이 가져온 앙증맞은 소주잔으로
흥이 커져간다.
이번 산행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는 세석산장 저녁이다. 삼겹살 1.5kg을 어떻
게 다 먹으려고 하느냐는 비운선생의 투덜거림 따위는 지리산 별빛에 바로 묻힌
다. 질보다 양이 우선인 후배들은 물을 섞어 술의 양을 늘리는데 상남자 성준형
님은 25도 원액을 입맛을 다셔가며 아껴 드신다.
세석산장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촛대봉에서 일출을 맞았다. 5시에 동이 트
더니 5시 15분 쯤 해가 머리를 내민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맨눈으로는 볼 수 없
을 정도로 강렬하게 빛났다. 뜨는 해를 앞으로 두고 천왕봉을 향해 본격적인 행
군을 시작했다.
지리산 능선을 걷는다는 것
은 한반도 남쪽의 모든 산을
발 아래로 거느리는 도도한 일
이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경상
남도와 전라남북에 끝없이 펼
쳐진 모든 산들의 열병을 받는
일이다. 열병식은 천왕봉에서
마무리 되었다. 서너 평 남짓
한 정상에서 양태식 군은 잠이
덜 깬 딸들과 영상통화로 기쁨
179 _ 4060 우리들의 3色5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