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여영난 도록 전자책150x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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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를 다 보기도 전에 고개를 떨어뜨려 포기해야 했던 적이 생각
난다. 그러나 이제는 고급 건축물과 인테리어 문화가 발달하면서
웬만한 집은 아방궁처럼 꾸며놓고 있고 벽면에는 명화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살게 된 후로 남의 집을 방문할 기회를 자주
가지다 보니, 화가라고 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수준 있는 액자를 골라 걸어둔 집도 보았다. 반면에 귀한 작품이라
고 해서 단단히 포장한 채로 무조건 신주단지처럼 보관하는 집도 있
는데 그림과 액자는 누군가에게 보여 지는 것이 본래의 사명이 아
니겠는가. 액자는 창고 속에서 먼지에 덮여있기 보다는 주거공간의
환경을 조화롭게 만들어서 편안하고 안락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꾸
미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미술관이나 수장고
수준의 공간, 전문 갤러리처럼 나열식으로 전시할 필요는 없다. 집
안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많은 돈을 들여 이리저리 바꾸
어 보아도 내 맘대로 되지도 않고 한도 끝도 없이 손을 봐야할 때에
는 그림액자로 집안 분위기를 맞추어 집안 분위기와 컨디션까지도
한결 낫게 조정할 수 있다.
특히, 구조물의 유형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실리적으로 어색하지 않
게 하는 것이 좋다. 액자가 하드웨어라면 그 안에 들어갈 그림은 소
프트웨어다. 기왕에 그림을 넣을 거면 심리적 측면에서 색채공간의
심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비지니스 장소에서 자주색은 어떤 대상에 대한 호감을 일으킨다
는 점을 알고 상점의 간판을 바꾸었더니 손님들이 더욱 즐겨 들
어왔다는 통계도 있다. 반면에 요란하거나 너무 사치스럽거나 부
담스러운 색상은 피하는 것이 좋다. 빨강은 권좌에 어울리는 색
이며 활력이나 열의를 주는 색이긴 하지만 혈압, 맥박, 호흡속도
등을 높여 사람의 눈을 자극하기도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청소년기에는 붉은색이 많은 그림은 피하고 다
소 지나칠 수 있는 에너지를 억제시키는 회색의 바다그림 같은
것을 적절히 배치했을 때 차분하게 학업에 열중한다는 통계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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