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교화연구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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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가?’ 라는 회한이 들 때가 많다. 사서삼경
의 내용을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많이 들었
지만 인생 60년 동안 직접 나의 손으로 공부
한 적은 없었다. 언제가 공부를 해야지, 해야
지 하면서 그냥 한 갑자가 지나가버렸다. 물
론 그 전에 책을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한 적
은 있지만 솔직히 작심삼일이었다. 이런 나
의 모습이 너무나 한심스러웠고, 이걸 몰라
도 지금 당장에 살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으
니 나중에는 아예 포기를 해버렸다. 그러나
가슴 속에 회한은 늘 남아있었다. 그래도 금
생에 논어 한 권이라도 제대로 봐야겠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다. 불교인으로 살아가지만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한계
가 없다. 거기다가 인텔리층을 만나면 가슴 한 쪽이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상대방이 위의 책 한 구절을 인용하면 쥐구멍
이라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피할 수 없는 계기가 찾아들었다.
암담한 교화현장
2014년 12월 30일 대구를 떠나 낯선 곳, 천안으로 왔다. 환갑이 되는 해였다.
이곳에 온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통리원장님(회정 정사)께 특별 부탁을 하였다.
“한 나이라도 더 먹기 전에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롭게 도전하고 싶습니다.”
다행히 이 부탁을 들어주어서 청운의 꿈을 안고 짐을 풀었다. 2015년 새해불
공을 갓난아이 포함 9명이 신나게 하였다. 오직 희망뿐이었다. 아산시의 3명의
보살님을 태워 와야 되니까 차 안에서의 대화도 즐거웠다. 불공 다음 주 방문불
사를 하고, 그 다음주에 49일 불공을 시작하였다. 절망은 바로 찾아왔다.
49일 첫 월요일 하루 종일 심인당에 있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튿날도
마찬가지였다. 수요일 5명이 왔었다. 목금토 개미새끼 하나 얼씬거리지 않았
다. ‘큰일났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까지 거쳐 온 심인당은 평일이
라도 하루 평균 5명 ~ 10명 정도는 다녀갔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교도의 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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