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오산문화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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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❶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말이 있다. 민심이                   그리하여 천天과 민民은 유기적 작용을 통해 삼위
            모든 의사議事에 있어 절대적임을 강조한다. 백                    일체三位一體의 조화를 형성하며 가족공동체관계
            성의 눈과 귀가 하늘의 눈과 귀 그 자체自體임을                   를 유지 하는 것이다. 하늘이 부모라면 왕은 장자
            말하는 것이다. 더욱이 ‘백성이 하고자 함은 하늘                  (맏아들)이요 민은 모든 아들이 된다. 중요한 것

            이 반드시 따른다民之所欲 天必從之’는 말을 통해                   은 어떤 절차로써 왕(대통령 : 총리)을 선발하는
            민의民意가 왕王이고 하늘天이 종從임을 강렬히                     가이다.
            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만약 민民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
                                                         면 민주民主가 되고, 민의 의사가 무시된 채 결정

            ❷ 맹자孟子도 국가의 3요소를 말했는데 인민人                    되면 반反민주가 되는 것이다.
            民, 토지土地, 군주君主로 보고 백성이 가장 귀貴
            하고 다음이 사직社稷이며 군주君主로 상대적으                     민본民本정치 역시 민의 의사가 관건이 된다. 앞
            로 가장 가볍다. (孟子曰, 民爲귀貴하고 社稷次之                  서 말한 민심천종民心天從의 원리도 하나의 예例

            하고 君爲輕이니라)                                   이다. 또한 맹자孟子에서도 천하정권을 천자天子
                                                         가 임의로 줄 수는 없다. ‘임금의 자리는 하늘이
            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민民은 풀의 싹芽이 무                    주는 것이요 인민이 주는 자리이다孟子:萬章上 天
            성하게 자란 모습이라고 하였다. 즉 민본民本의                    樂之 人與之’라고 하였다. 이는 왕위王位가 왕王개

            본本은 존재存在와 생명生命의 중심적 뿌리와 가                    인의 독단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하
            지의 관계의 의미로 해석되며 뿌리와 가지는 생                    늘과 국민에 의하여 주어지는 자리라는 뜻이다.
            명의 유기적有機的 일관성一貫性을 의미 해석되며
            동시에 발생론적發生論的 선후관계를 내포하고                      그래서 덕德있는 사람은 국민들이 선정하고 구가

            있다. 즉 민民은 생명의 뿌리이며 국가의 주체로                   謳歌함으로써 왕王이 된다는 논리이다. 민본사상
            국가적 제도나 질서는 백성의 의지意志와 무관하                    民本思想은 이와 같이 나라의 근본이 되는 백성이
            지 않고 절대적이다. 봉건체제封建體制에서도 사                    하늘이라는 객관성客觀性과 만인萬人이라는 보편
            람은 철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이 민본이념民本理                    성普遍性에 근거根據하는 사상이다. 따라서 민본

            念 역시 봉건체제의 산물産物이 아니라 시대적 사                   사상民本思想이 민주주의와 배치背馳되는 것이 아
            회적 체제를 넘어 통시적通時的으로 지속하는 보                    니라 오히려 민주정신을 포섭하고 이행하는 종합
            편적 유교이념儒敎理念 가운데의 하나인 것이다.                    적 국가 철학이요 정치원리라고 단언하고 싶다.
            그래서 민본사상은 천天 민民관계를 하나의 공동                    그동안 근세인들이 상정想定하고 있던 유교철학

            체 관계로 모색模索된다. 국가공동체에서의 천天                    儒敎哲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편견偏
            과 민民은 상호 부자관계父子關係를 맺는다. 이를                   見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유교철학이야말로
            테면 하늘이 백성을 낳아 그 백성가운데 한사람                    가장 민주적이며 민본사상임을 잘 알고 이해해야
            을 원자元子:長子로 삼아 그로 하여금 천하의 왕王                  공자孔子님의 인仁의 사상을 바로 관조觀照하게

            이 되게끔 한다는 논리論理이다.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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