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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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한국의 대표 창세신화
1. 오산 ‘시루말’
① ‘시루말’ 내용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지역에서 행하던 마을굿인 도당굿의 열두 제차(祭次, 거리) 가운데 부
정 다음에 행해지는 거리를 ‘시루말’이라 하며 1937년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와 아키바 다카
시(秋葉隆)가 출간한 『조선무속의 연구』 상권에 채록돼 있다. 채록은 오산(당시 수원군 성호면
오산리)의 세습 무당인 이종만이 구연한 것으로 ‘창세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기도 유일의
무가다. 이종만의 조카인 화랭이 이용우에 의해 1980년대까지 경기도 일원에서 연행됐다.
먼저 ‘시루말’의 용어를 살펴보면 ‘시루말’은 시루를 앞에 놓고 굿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이다. 옛날에는 시루에다 떡을 쪘다. 곡식이 넉넉지 않던 시절에 떡은 술과 함께 신에게 바치는
가장 중요한 제물이었다. 그래서 굿을 할 때는 시루째 떡을 바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천신(天
神)에게 바치는 제물 못지않게 제기(祭器)도 당연히 의미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시루에도 상징
을 부여했다. ‘시루말’은 천신을 대상으로 굿을 하는 것인 만큼 시루 자체를 하늘과 동일시한 것
이다. 시루를 엎어놓으면 둥그런 하늘 모양이 된다. 시루에 난 구멍이 다섯 개면 오천(五天), 일
곱 개면 칠천(七天), 아홉 개면 구천(九天)이 된다. 시루를 그대로 놓고 하늘의 별자리로 인식하
기도 했다. ‘시루말’에 나오는 천신의 이름인 ‘천하궁 당칠성’을 본떠 시루에 일곱 개의 구멍을
만들었다는 설이다. ‘시루말’의 ‘말’은 시루청배, 시루거리, 시루풀이 등과 유사한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굿에서 부르는 무가를 지칭하는 용어로 ‘마달’(‘재담’으로 해석하기도 함)이란 것이 있
다. ‘시루말’도 시루마달, 즉 시루성신의 내력을 노래하는 본풀이인 시루성신본풀이로 생각할 수
있다.
‘시루말’은 내용상 크게 네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①천지개벽 ②일월조정 ③천부지모(天父地
母)의 결합 ④인간세상 시조의 출생 등으로 ‘창세신화’ 신화소들을 담고 있다. 내용을 요약해 풀
어쓰면 다음과 같다.
“떡갈나무에 떡이 열리고, 싸리나무에 쌀이 열리고 말머리에 뿔이 나고, 소의 머리에 갈기가
162 박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