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7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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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루말’을 통해 우리의 창세신화를 고찰하게 된 것은 ‘시루말’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
다 1930년대 ‘오산 12제차’라는 이름으로 처음 채록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채록되기 전
의 ‘시루말’은 굿이라는 제사의식을 통해 일반에게 전달됐다. 세습 남무(男巫) 이종만의 채록이
있기 전에도, 또 채록이 있은 뒤엔 이종만의 조카이자 제자인 이용우가 경기도당굿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시루말’이 구전됐다. 이용우 주도로 1984년 4월 2~3일 인천 동막에서 동막도당굿(연
행한 곳 지명에 따라 동막도당굿이라 함, 경기도당굿이라 칭함)이 연행된다. 이 동막도당굿을
기록한 김헌선의 『경기도 도당굿 무가의 현지연구』에서 발췌한 ‘시루말’ 부분을 정리해 참고하고
자 한다.
“시루말은 제상을 차리고 시작됐다. 삼당주가 절을 하자 화랭이 이용우가 마달을 시작했다.
이용우는 장구를 잡아서 열채와 궁글채를 두드리면서 시루말을 불러나갔다. 내용은 천하국(천
하궁)의 당칠성이 지하궁에 인물추심을 다니다가 매화뜰의 매화부인을 만나 인연을 맺은 뒤에
선문이와 후문이를 얻고 선문이와 후문이로 하여금 천지의 혼돈을 없애고 선문이에게 대한국
을, 후문이에게 소한국을 맡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기술한 내용을 보면 ‘시루말’을 ‘칠
성굿’이라 부르기도 하며 자손의 수명장수를 위해 ‘칠성님’에게 빈다는 것이다. 칠성님의 본풀
이는 ‘시루말’ ‘시루마달’ ‘시루배달’ 등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또한 동막도당굿 이후 이용우 외의
다른 화랭이들이 부른 ‘시루말’에는 서사적인 내용없이 치국잡기식 마달만 있었다고 한다.
③ ‘시루말’ 원문(原文) 풀이
시루말
앗가몬져놀아나신님신①은
시골은부졍가망②,서울은영졍가망
영부졍상가망질거이놀아나고
(아까 먼저 놀고나간 신은
시골은 부정가망신, 서울은 영정가망신
영정가망신 부정가망신 즐겁게 논 후에)
금이좃처오시는님신은시루셩신③이오실적에
오산 12제차 중 ‘시루말’의 창세신화 고찰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