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6 - 오산문화총서 3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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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는 땅에 있는 신이며, 둘의 결연을 통해 국가 시조를 탄생시키는 양식이다. 즉 ‘창세가’에선
미륵, 석가 1세대가 나와 인간세상을 만들고 관여하지만 ‘시루말’에서 당칠성과 매화부인이 2세
대인 선문이와 후문이를 낳고 선문이와 후문이가 인간세상을 다스리는 것이다. 고대국가 이전
에는 혈통이 중시되지 않다가 국가가 성립되면서 혈통을 중시하게 된다. 고구려 건국신화에서
보듯 ‘시루말’에서의 2세대 등장은 고대 건국신화의 형태가 ‘시루말’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천지왕본풀이’도 2세대가 나오는 같은 양식이다.
일월조정의 내용도 ‘시루말’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다. 다른 창세신화에서도 해와 달의 조
정이 나타난다. 인간세상에 해와 달이 두 개씩이라 하나로 조정하는데 ‘시루말’에선 해와 달을
없애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보관해 둔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또한 창세신화에 두루 나타나는 인
간세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루말’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창세신화에서는 인세차지
경쟁이 1세대든 2세대든 수수께끼 풀기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나 ‘시루말’에선 이런 경쟁이 없
다. 다만 인간세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대한국, 소한국 두 개의 나라를 사이좋게 나
누어 다스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루말’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창세가’나 ‘천지왕본풀이’ 등 다
른 창세신화와 비교되는 부분은 뒷장에서 다루고자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당굿 기예능보유자 오수복 선생이 ‘시루말’을 연행하고 있는 모습.
오수복 선생은 오산 부산동 이용우 선생의 수제자로 2011년 타계했다.
164 박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