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6 - 오산문화총서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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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 파손된 곳이 이십여 곳
앞뒤의 손해는 삼백여 만원
지난 29일 새벽부터 경부선 연선에 큰물이 나서 충청북도 조치원으로부터 북으로 경기도 군
포장까지 사이에 찻길이 이십여 곳이나 파손되어 경부선 직통열차는 4~5일을 운전치 못하게
되였는데 이번 철도의 손해에 대하여 철도 당국의 말을 들으면, 이번과 같이 손해가 많은 때도
없었고, 직통열차가 4~5일을 운전치 못함은 조선에 철도가 놓인 후 처음 있는 일이라 하며 차
는 운전치 못하여 벌이는 없고 복구공사에 딴 돈만 처들이게 됨으로 가공사와 본 공사를 마치
기까지 하면 대략 삼백만원의 손해를 당하게 되였다더라.
<도보연락>
오산역의 승객은 모두 걸어서 연락
큰물로 인하여 철도 둑이 터져서 기차가 오도 가도 못하고, 물속에서 있다함은 이미 보도한
바로 경부선 오산정거장에는 봉천으로 가는 급행열차가 지난 29일 아침 9시에 정지된 이후 어
제까지 개통이 되지 못하였으며, 철도당국에서는 경성방면에서 인부를 데려다가 밤낮을 계속
해야 응급공사를 하는 중이나, 일기의 관계로 도저히 5일내에 개통될 희망은 없게 되었다. 29
일부터 오도 가도 못하고 차속에 갖혀 있는 승객들은 아침에는 저녁에나, 저녁에는 내일 아침
에나 개통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감옥 같은 답답한 차안에서 콩밥보다 심한 통나락과 모
래가 반절이나 되는 현미밥을 한 덩이씩 얻어먹고 지냈으나 정거장 사람이나 철도 관계자의
말은 아무리 들어도 분명한 점이 없고, 비는 여전히 개지 않음으로써 할 수 없이 걸어서라도
서울로 향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다. 그 차에는 조선으로 야구경기를 하러온 동경에 있는 법
정대학 야구단 일행 17명이 타 있었다. 그들은 본래 이십구일 아침에 경성에 도착하여 그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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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부터 경기를 할 예정이었음으로 일행의 조비비듯 하는 모양은 참아볼 수 없었는데 삼십일
아침이 됨에 비는 여전히 퍼부어 나리고 물은 점점 늘기 시작하나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이 난
다는 인도자의 말에 의하여 일행 17명은 비를 맞으며 떠났다. 이와 같이 야구단이 떠나는 것을
본 승객 중에는 나도 너도 하여 30일 오후에는 100여 명이 떠나고 150명만 남게 되어 철도에
서는 주먹밥 만드는 수고가 덜게 되었더라.
3) 조비비다 : 조가 마음대로 비벼지지 아니하여 조급하고 초조해진다는 뜻으로, 마음을 몹시 졸이거나 조바심을 냄을
이르는 말.
234 김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