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9 - 오산문화총서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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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 기록은 고려 때 이규보(李奎報·1168~1241)가 오세문(吳世文)의 「삼백운시(三百韻詩)」
                        에 화답한 시다. 여기서는 민간에서 ‘은하수에 닿을 정도로 줄을 높이 매달고(戱索高連漢)’ 고

                        난도의 줄타기를 연행했음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와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의 나례(儺禮)에서도
                        각종 연희가 연행되었다. 또한 중국 사신 영접행사, 문희연(聞喜宴), 지방관 환영행사, 사대부
                        가의 잔치 등에서 줄타기가 풍성하게 공연되었다. 이익(李瀷·1629~1690)은 『성호사설』을 통

                        해 원래 중국으로부터 한반도에 전래된 줄타기는 수준 높은 쌍줄타기였고, 당시 조선의 줄타
                        기 역시 매우 뛰어나서 중국 사신들이 찬탄해 마지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통신사가
                        일본에 파견될 때 문화사절의 일원으로 줄광대도 파견돼 조선의 줄타기가 일본에 소개되었음

                        을 알 수 있다. 문희연에서 펼쳐진 전통연희의 연행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자
                        료는 송만재(宋晩載·1788~1851)의 ‘관우희(觀優戱)’다. 관우희는 줄타기의 도입과정, 줄타기

                        의 연행시간, 연행 공간, 관객, 기예, 중놀이, 살판에 대한 내용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조선 후기 감로탱(甘露幀)의 하단부에는 유랑예인집단의 공연 장면이 많이 그려져 있는
                        데 감로탱에 보이는 줄타기는 줄에 밀착된 듯 붙어서 거미와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찬사를 불

                        러올 만큼 매우 실감 나고 수준 높은 것이다. 감로탱에는 외줄타기와 쌍줄타기가 함께 나타난
                        다. 이는 우리나라 줄타기의 역사적 전개 양상에 보이는 고유한 특징이다. 남사당패 출신의 이
                        수영(1940~2007)의 쌍줄타기는 솟대쟁이패가 하던 쌍줄백이 솟대타기와는 다른 것으로 자신

                        이 어려서 봤던 쌍줄의 높이는 현재의 줄타기보다 높았고 이를 ‘개고’라고 불렀다고 했다. 조
                        선 후기 들어 줄타기는 줄 아래 어릿광대를 두고 재담을 서로 주고받고 삼현육각의 탄탄한 음
                        악 반주에 맞춰 풍성한 기예·재담·가요를 연행할 수 있는 ‘판줄’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는 줄

                        타기가 기예 중심의 줄타기를 벗어나 연희 중심의 줄타기로 발전했다는 연희사적 의미를 지
                        닌다. 현재 파악할 수 있는 근현대 줄타기 연희자의 계보 중 최고의 연희자는 김상봉(金上峯)

                        이다. 김상봉은 200여 년 전의 인물로 그에 의해 줄타기가 최상천-김관보-김영철·이동안-
                        김대균으로 이어지게 된다. 20세기 광대줄타기 전승 계보의 중심에는 김관보가 우뚝 서 있다.
                        김관보는 1910~1930년대까지 과천을 본거지로 삼아 세습무 집단 내에서 줄타기를 전수했다.

                        김관보의 문하에서 김봉업·임상문·이일문·이정업·이생민·이복남·이돌개·오돌끈·이
                        동안·김영철 등 남성 줄광대와 박명옥·임명옥·임명심·전봉선·한농선 같은 여성 줄광대

                        들이 배출되었다. 이동안은 재인청의 여러 연희 종목에 능했고 줄타기 기예와 재담에도 뛰어
                        났다. 김영철(金永哲·1920~1988)은 경기도 과천의 세습무계 출신으로 일곱 살 때부터 김관
                        보에게 줄타기를 배웠다. 김영철은 평생 난장, 명창들과의 극장 공연, 유랑극단 공연에서 줄타

                        기를 연행했고 1976년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김영철은 뛰어난 기예를 보



                                                            경기재인청과 오산시독산성문화제 전통 연희(演戲)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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