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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상랑을 짓고 어느 날은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다 정해서 그걸 맡겼대. 그걸 가지고 짓
는데, 그때는 아직 법을 못 만들었으니까 그냥 뭐 잘 못하면 갖다 가두고 벌금 물리는 게 없고
사람을 죽여 버린대. 나쁜 짓하면 죽여 버린대. 짓다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넌 죽은 날이라고
맡긴 대로 꼭 하라고 했대.
내일은 상랑식을 해야 할 텐데 기둥을 세울라고 세우면 쓰러지고, 세우면 쓰러지고 자꾸 그런
대. 그래서 내일 상랑식을 해야 하는데 자꾸 쓰러지니까 이게 왜 그런가. 암만 세울라고 해도
쓰러지고 그러다가 어두워져서 못 하고 밤에 잠을 자는데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끙끙 앓으면
서 내일 또 기둥이 쓰러지면 이걸 어떻게 하나. 내일 바로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새벽녘에
잠을 잠깐 자는데 꿈에 밭 갈던 사람이 나타났대. 꿈에 나타났대. ‘너 거기다 기둥 세워서 또
쓰러진다.’ ‘상랑식을 해야 할 텐데 기둥을 세워야지 어떻게 합니까?’ ‘맨 가장자리부터 기둥을
세워라.’ 뺑 둘러서 세우고 거기는 제일 나중에 세우라고 했대. 그래서 깨 보니까 꿈인데 일찍
부터 시작해서 가장자리부터 시작해서 삥 둘러서 다 세우고, 상랑 기둥을 맨 나중에 세우니까
스더라는 거야.
그래서 그게 왜 그러냐. 학. 날아다니는 학의 혈이라. 학이 날 개 뻗치고 날라가는데다 기둥을
세우니 쓰러지지 그게 배기는 수가 있느냐. 그래서 가장자리부터 세워라. 날르지 못하게 가장
자리부터 세워라. 그래서 뺑 둘러서 눌러 놨단 말이야. 그러니까 못 나르니까 가운데다 기둥
을 세워도 스는 거라. 그래서 매사를 튼튼히 해야 된다. 옛날에도 그래. 지금 아파트 몇 억짜
리도 5년이면 안 좋은데, 대궐은 몇 백 년 된 게 지금도 까딱없잖아. 그렇게 튼튼히 잘 해 놨
어.』
제일 먼저 들은 소리는 <고사반>이었다. 이제까지 필자가 채록한 그 어떤 자료보다 사설이 길
찼고 내용은 풍성하였다. 중간 중간에 설명을 붙여가면서 들려주신 <고사반>의 사설이다.
① 고사반
국태민안이 범연사 시화연풍 돌어 들고
이씨 환영 등극 시에 봉학이 주춤 생겼구나
오산시사 봉학 눌러 대궐 짓고 대궐 앞엔 육조로다
어여 온들 화각산을 팔도각을 마련할제
경상도라 72주 대구개명 마련하고
제
6 충청도라 53주 공주개명 마련하고
권
황해도라 59주 구월산을 마련하고
평양도라 58주 모란봉을 마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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