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오산문화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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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 65 osan culture
시간과 영원
최우수상
견 유 빈 / 오산고 3학년
나는 나의 어머니에게 잊혀진 남자다. 벚꽃과 함 따위는 뭣도 아니라는 듯 비웃으며 지나가기 일쑤
께 한 계절에 만났던 어머니는 어느새 사라지고 였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내가 영원할 수 있었던 것
없었다. 집안 어른들은 모두 내 탓이라고 했다. 내 은 어머니뿐이었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가족이
가 이 집에 와서 어머니의 수명이 줄어든 것이라 주는 따뜻함. 그것만이 전부였기에 나에게 어머니
고 하였다. 그럴 때마다 방으로 들어가 구석에 앉 란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존재였다. 무거운 세
아 혼자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울다 보면, 상 속에서도 나를 가볍게 일으켜주던 어머니가 있
마치 네 탓이 아니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었 었기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제 내 시
다. 그제서야 눈물을 멈추고 액자 안에 담긴 어머 간 속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 마주하고 싶어도 마
니의 모습을 보았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몇 주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번을 불러도 질리지 않는 그 말, 어머니. 어머니가 도시의 밤은 네온사인으로 가득 찼다. 어둠을 가
치매에 걸려 나를 알아보지 못 할 때마다 수없이 득 채우는 빛에게서 느껴지는 전희. 이제 더 이상
부른 그 말, 어머니. 바람이 차가운 겨울은 마치 나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그 사이를 걸어 빛 하나
나를 보란 듯이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없는 골목길로 들어왔다. 그래, 이게 내 것이었다.
사람 한 명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달라진 것이 없 빛이 하나 없는 세계. 그곳을 지나쳐 집으로 올 때
었다. 참 슬픈 세상이었다. 어머니가 죽은 것이 내 면 날 보며 웃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나의 하루를
탓이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삼촌마저 어머 달래고는 했는데 그것조차 없다. 결국 나에게 남
니 죽기와 전과 같이 직장에 나가셨다. 모든 사람 겨진 것은 어둠뿐이었다. 울 수조차도 없었다. 내
들이 어머니의 죽음 따위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똑 인생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 사람과 모든
같이, 평범하게 살아간다. 나는 앞과 뒤가 없는 막 추억이 담긴 이곳에서 울음이라는 슬픔의 자국을
힌 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어느 곳을 가도 죄 다 남기기는 싫었다. 어머니는 아팠었다. 모두 나 때
어둠뿐이라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언제부 문에 아픈 것이라고 하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
터였을까, 내가 이런 삶을 시작했던 게. 내가 가진 다. 어머니는 나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고는 했지
시간은 항상 외로웠다. 내 시간은 항상 혼자였다. 만 점점 무언가 가진 날 두고 모든 것을 잃어가는
그래서 누구보다 더 노력했는데 모두들 내 노력 어머니를 보니 그 말이 마냥 거짓이라고는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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