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오산문화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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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 65  osan culture




                     족이라고는 어머니 뿐이셨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다. 그러자 삼촌은 나를 밀치셨다. 밀치시고는 나
                     보냈으니.... 어머니가 예전부터 아프셨는데 그걸                  에게 말하셨다.

                     참고 계셨단다. 참고 계시니 소장님은 당연히 모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길래 네 엄마 이렇게
                     르지. 그래서 치료도 못한 채로 돌아가셨어. 소장                  될 때까지 두냐? 너, 뭐 하는 놈이야?”
                     님은 얼마나 억울하실까....”                            삼촌은 불같이 화를 내며 나를 몇 번이나 때렸고,

                     그 말을 듣자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멍이 크                  이모는 그런 삼촌을 말렸다. 나는 그런 삼촌에게
                     게 들어도 아프다는 말 한 마디 안 하시는 어머니                  죄송하다고 했다. 사실 무엇이 죄송한 건지 나조
                     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사실 그때까지 저                   차도 알지 못 하는데 그냥 죄송하다고 했다. 회피
                     렇게까지 아픈데 우리 어머니가 설마 말을 안 하                   였다. 이런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회피. 내 말에
                     실까.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소장님 이야기                  도 삼촌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소리를 지르셨다.

                     를 듣고도 소장님과 소장님의 어머니가 참 안타깝                   이모는 그런 삼촌을 말리기 바빴다. 이모는 지금
                     다는 생각을 했지, 어머니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                   은 아닌 것 같다며 삼촌을 데리고 나가셨다. 삼촌
                     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랬으면 안 됐                  과 이모가 나가는 발걸음 소리, 닫히는 문소리까

                     다. 소장님의 이야기를 듣고도 너무나도 가볍게                    지 너무나도 무서웠다. 어머니를 보았다. 그 소란
                     지나친 그 시간을 후회한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에도 눈을 감고 계셨다. 편안해 보이셨다. 나는 그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는 그                   런 어머니를 보며 눈물을 뚝, 뚝. 울고 싶지 않아
                     말에 하던 일도 두고 급하게 뛰어갔다. 병원으로                   도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
                     가자 나는 어머니가 있다는 병실을 찾았고, 급하                   아야 하지? 나는 여태까지 어머니만을 위해서 이

                     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곱게 눈을 감고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데 왜 저런 말을 들어야 하
                     계신 어머니와 그 주변을 지키고 있던 삼촌과 이                   지? 온갖 의문에 둘러싸여 나를 나가지 못 하게 만
                     모였다. 삼촌은 나를 보더니 나에게 가까이 다가                   들었다. 너무 서러워서 소리를 내서 울었다. 엉엉

                     왔다. 그리고 손을 들어 나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울었다. 나의 모든 것을 모독당한 기분이었다. 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전부를 어머니를 위해 산다고 생각했는데, 남이
                     지 감이 안 왔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삼촌을 보니                 보기엔 아니었던 건가. 내 노력이 부족했던 건가.
                     삼촌은 무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면, 저 사람들이 알지도 못 하면서 나를 향
                     “무책임한 놈.”                                    해 저렇게 말하는 건가.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말

                     도대체 어떠한 답을 해야 할지 한참을 생각했다.                   이 나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당장이라도 이 곳
                     생각을 해도 제대로 된 답이라는 건 나오지 않았                   에서 나갈까. 그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를 가지
                     다. 나는 내가 왜 무책임한 놈이라는 말을 들어야                  못 하게 한 것은 어머니였다.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 했다. 그리고 침대에 조용                  “원영아.”
                     히 누워있는 어머니의 모습까지 이해할 수 없었                    내 이름을 부르며 제대로 뜨지도 않은 눈으로 나
                     다. 어머니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                   를 보는 어머니. 그리고 내 손을 거친 손으로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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