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오산문화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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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 65 osan culture
“나중에 원영이 보면 엄마가 찾는다고 해 줘. 또 럼 살았다. 일도 그만두었고, 매일 외로운 밤을 혼
나쁜 친구들이랑 어울리면 안 되는데. 형은 되게 자 달래야 했다. 어머니가 없는 어머니와 함께 하
말끔하게 생겼네. 엄마가 많이 좋아하시겠어. 맞 던 집에서 눈물도 나오지 않은 채로 멍하니 안방
지?” 을 보았다.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내 이름을 부를
“네. 저희 어머니가 저 많이 사랑하셔요. 많이 좋 것 같은데,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떻게 해도 들리
아하셔요.” 지 않았다.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잠깐 얼굴
“그럴 것 같아. 하여튼 바나나 사 줘서 고마워. 너 이라도 보자는 소장님의 연락에 나가기 싫었지만
도 먹을래?” 억지로 나갔다. 나에게 도움을 많이 준 분이시기
어머니는 바나나를 하나 나에게 건넸다. 나는 고 도 해서 말을 거역하기 어려웠다. 소장님은 나를
개를 흔들며 됐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 보시자마자 한숨을 한 번 내쉬셨다. 너, 요즘 살만
다. 그러자 어머니는 나에게 어디에 가냐고 물으 하냐? 살만한 얼굴이네. 돈도 펑펑 쓰고. 소장님
셨다. 나는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온다고 말하고는 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 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궜다. 그리고 숨을 죽여 만 해요. 그러니까 연락 안 하셔도 돼요. 소장님은
울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울었다. 모든 그런 나를 보면 말했다.
상황이 너무 잔인했다. 어머니와 처음부터 시작하 "나도 네 마음 다 알아. 나도 겪은 일이기 때문에
면 된다고 생각한 건 나였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 다 알아. 그래도 이렇게 사는 건 아니잖냐.”
하는 어머니를 계속 본다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 “이렇게 살면 왜 안 돼요?”
이었다. 어머니의 사고는 나의 열일곱에 멈춰있었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기에는 네 인생이 너무 아
다. 어머니는 아직 내가 열일곱인 줄 아셨다. 사실 깝잖아. 우리 다시 일하자, 원영아.”
열일곱이 아닌 스물일곱인데 말이다. 그런 어머니 “도대체 왜 아까운데요? 이렇게 살면 안 돼요? 소
와 계속 마주하다 너무 잔인한 일인 것 같아 내 마 장님, 저는요, 저에게 어머니가 전부였는데 전부
음을 정리하기 위해 일주일을 안 본 적이 있었다. 를 잃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예요? 남들처
일주일 뒤에 보게 된 어머니는 엉망진창이셨다. 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거? 저는 안 해요. 아
정말 모든 걸 잃은 사람이 되었다. 마지막에는 이 니 못 해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제가 어떻
모까지 기억하시지 못 해서 혼자 엉엉 우셨다. 여 게 그래요.”
기는 어디냐고 엉엉 우셨다. 삼촌이 와서 말려도 “그렇다고 이렇게 떼를 쓰면 되겠어? 그리고 네가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점점 심해진 어머니는 어 가진 게 왜 없어. 너는 마음을 가졌잖아. 그거면
느 새벽에,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새벽에 혼자 편 된 거 아니야? 그리고 너희 어머니가 그냥 가신 거
안하게 눈을 감으셨다. 아니잖아. 너 이렇게 사는 거 보려고 가신 거 아닐
어머니의 시간은 나의 열일곱에 멈춰 있었지만, 텐데 이래도 되는 거야?”
나를 향한 마음은 멈춰 있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 “...”
가 돌아가셨을 때, 세상에 있는 모든 걸 잃은 것처 “너에게 남은 시간 의미도 없게 보내지 마.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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