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오산문화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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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오산청소년문학상
화를 냈다. 어머니는 내가 없는 2주, 그 2주 동안 벗어나 성숙해진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보일러를 단 한 번도 켜신 적이 없다고 했다. 아들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어머니는 슈퍼 우먼이 아
혼자 나가서 벌어오는 돈이 아깝다고 내가 드렸던 닌 사람이었다.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용돈도 음식 재료 사는 곳에 썼지 본인 필요한 곳 어머니는 그 뒤로도 보일러를 스스로 튼 적이 없
에는 일절 쓰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아까워도 온 었다. 내가 뭐라고 한 마디를 더 하고, 내가 있어
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이 추운 겨울에 어떻게 보 야 집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셨다. 나는 그런 어머
일러를 안 틀 수 있는가. 너무나도 추운 날씨에 보 니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내가 돈을
일러 배수관은 결국 얼어버렸고, 보일러를 틀지 아주 많이 벌어서 둘이 행복하게 살아야지. 어머
않으셨던 어머니는 보일러 배수관이 언 것도 몰랐 니가 하고 싶다고 하시는 거 다 해 줄 수 있는 사
고 보일러가 고장이 난 것도 몰랐던 것이다. 람이 되어야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머니면
“엄마, 설마 내가 집에 오는 날에도 엄마 혼자 있 됐다. 어머니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사랑도 할 때
었을 때 춥게 있었던 건 아니지?” 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셨지만, 나
“내가 아들이 벌어오는 돈을 어떻게 써.” 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미 내가 받은 것을
그러면서 고개를 푹 숙인 어머니는 나에게 더 다 다 되돌려 주지도 못 했는데 내가 무슨 사랑을 할
른 말을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내가 오는 날 시간이 있겠는가. 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더 일
에도 내가 없으면 이 추운 집에 혼자 계신 것이었 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소와 같이 일을 하
다. 나는 지금껏 어머니를 위해 이렇게 일하고 살 고 있을 때, 하루는 소장님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고 있었던 건데, 어머니는 아직도 나를 위해 살고 팀장님께 물었다.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만졌다. 어머 “소장님은 왜 모습이 안 보이세요?”
니가 가진 마음과 다르게 너무나도 차가웠다. 어 “아,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안 나오셨어. 소
머니는 안 춥다고 연이어 말하셨지만 양말을 벗기 장님도 안 되셨지.”
자 보이는 발은 빨갛다 못해 보랏빛도 보이고 있 “네? 진짜요? 되게 건강하신 분이셨잖아요.”
었다. 그랬으면 안 됐는데, 나는 그 발을 보자마자 나는 팀장님의 말에 놀란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화를 냈다. 도대체 이 지경이 될 때까 소장님의 어머니는 굉장히 건강하신 분이셨다. 소
지 뭘 한 거냐고. 어머니의 마음을 못 알아서 미안 장님이 힘든 일을 한다고 현장에 오셔서 소장님을
하다는 말을 한 번 하지도 못 하고 도리어 화만 냈 비롯한 우리들을 위해 여러 음식을 해오기도 하셨
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우셨다. 나 고, 과일을 잔뜩 사오셔서 우리에게 주시기도 하
의 앞에서는 항상 강한 존재였던 어머니가 언젠가 셨다. 참 우리에게도 어머니 같은 분이셨는데 갑
부터 내 앞에서 너무나도 작게 보였다. 내 앞에서 자기 돌아가셨다니. 그 말이 너무 믿기지가 않았
모든 것을 이루실 것 같던 슈퍼 우먼이셨던 어머 다. 팀장님은 그런 나를 한 번 보더니 한숨을 한
니가 지금은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으로 나를 보며 번 내쉬셨다.
울고 계셨다. 나는 이제 철이 다 들었고, 아이에서 “참 인생도 기구하시지. 부인도 사별하고 남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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