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오산문화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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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VOL. 65 osan culture
이대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어머 를 흔들어 깨웠다. 그러자 어머니는 졸린 눈으로
니가 나를 보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던 그 순간 나를 쳐다보더니 깜짝 놀란 눈치로 나를 보는 것
만큼은 모든 걸 잃은 사람과 마찬가지였으니 말이 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다. 이제와 생각을 하니, 내가 스쳐 지나가며 생각 “바닥이 왜 이리 차가워?”
했던 그 작은 바램 때문에 어머니가 죽은 게 아닐 “원영아, 너 다음 주에 온다고 하지 않았어?”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어머니는 내 어리 “어, 근데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어. 보일러가
석은 생각 때문에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고장이라도 난 거야? 이제 집이야? 완전 얼음장이
잘난 것이 하나 없는 집안에서 잘난 것이 하나 없 지. 연락은 했어?”
는 아들로 태어났다. 남에게 무시도 많이 당했고, “아니, 그게...”
남이 아닌 가족에게도 무시를 당했었다. 그럼에도 “연락처가 없었어? 그랬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불구하고 어머니에게는 잘난 것이 하나 없는 아들 그랬으면 내가 연락이라도 했을 거 아니야. 나랑
을 잘난 것이 하나라도 있는 것처럼 만드는 마법 같이 일하는 소장님이 여기 지역 보일러 업체 아
이 있었다. 정말 어렸을 때는 어머니에게 못된 짓 저씨랑도 친하다고 하더라고.”
도 많이 했었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어머니가 나는 핸드폰에 있는 소장님 번호를 찾으려 화면을
생각하는 잘난 아들이 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손가락으로 내렸다. 그러면서 다시 확인하기 위
많은 돈은 아니지만 스무살 때부터 모은 돈으로 해, 보일러를 전원을 켜고서는 보는데, 보일러 배
전보다 더 좋은 집으로 겨우 이사했을 때, 월세지 수관이 아주 단단하게도 언 것이다. 나는 그것을
만 어머니는 본인의 집이라도 된 것 마냥 기뻐하 보고 다시 어머니가 있는 안방으로 갔다. 그러자
셨다. 소녀처럼 기뻐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베개만 바라보고 계
웃음을 짓기도 하고, 내가 드디어 무언가를 하는 셨다.
구나. 이런 생각에 괜한 뿌듯함도 느꼈었다. 언제 “이거 언제부터 이랬어? 설마 이 추운 곳에서 잔
는 아주 추웠던 계절에 멀리 나가서 일을 해야 했 거야?”
던 시기가 있어서 어머니와 2주 가까이 떨어졌던 “원영아.”
적이 있었다. 어머니와 떨어졌던 적이 많이 없어 “이럴 정도였으면 얼른 업체에 연락하고 다른 곳
항상 어머니를 걱정하고 전화도 하였다. 그때마다 에서 자든 했어야지. 이 추운 곳에서 도대체 뭐 하
어머니는 정말로 자신은 괜찮다며 네 걱정이나 하 는 짓이야.”
시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일이 예상보다 일찍 끝 “원영아, 사실은 보일러가 고장이 난 게 아니라,
나 어머니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곧장 집으로 갔 그냥 엄마가 안 튼 거야.”
었는데, 집으로 가니 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 그런 어머니의 말에 무언가 한 대 맞은 것처럼 아
다. 어머니가 나가신 건가 하는 생각에 안방에 들 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머리가 아
어가 보니, 어머니는 그 추운 바닥에서 겨우 이불 팠다. 무슨 말이냐고. 왜 안 튼 거냐고. 어머니에
하나를 깔고 주무시고 계셨다. 나는 곧장 어머니 게 다시 묻자 들려오는 대답에 나는 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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