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오산문화 68호
P. 49
2019 VOL. 68 osan culture
밖에 나와서 시간을 보니 11시 30분쯤이었고 날 카멜레온은 많은 시간동안 타인을 따라해왔다.
씨는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약간은 포근한 기분이 그러다가 카멜레온이 자신의 색으로 되돌아가려
들었으며 맑은 하늘이 아름다웠던 날이었다. 눈 했지만 원래 색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자신
앞에는 미세먼지를 잔뜩 머금은 듯한 약간은 회 의 색깔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색깔을 잃
색빛이 도는 눈이 눈에 띄었는데 작은 눈사람이 어버려 돌아가지 못했다.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린
라도 하나 만들까 잠깐 고민을 해보았지만 이내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 카멜레온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기고 늦은 아침밥을 먹으러 자신의 색을 찾기 위해, 자신의 특징과 개성을 찾
발걸음을 독촉해 나아갔다. 하지만 몇 초 되지 않 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아 길거리에 우두커니 멈춰 섰고 생각했다. 카멜레온은, 그니까 나는, 예전에 침대에 누우며
‘작은 눈사람 하나 정도는 만들어도 괜찮잖아?’ 한 구절을 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타인에게 말
눈사람을 만들고 늦은 아침밥을 먹은 뒤에 길거 하려던 것이 아닌 나만 들릴 정도의 크기로 작게
리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감이 읊었던 기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누워있을 시간에 네 기억에 대한 단서 하
‘너무나도 평화롭다. 그것도 비정상적이게’ 나라도 더 찾는 것이 좋을 거야. 넌 내 손바닥 위
앞서 내가 언급했던 내용들을 보면 모든 기억이 에서 놀고 있으니깐 말이야.’
돌아온 것처럼,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말하 나는 비로소 모든 기억을 되찾았다.
였지만 사실, 아직 기억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쪽지를 쓴 사나이가
누구인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리
고 모든 기억이 돌아왔지만 무언가 딱 한 기억만
이 생각나지 않는,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은 많았기에 곰곰이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
려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기억을 잃어버린
날과 오늘 있었던 일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
고 내가 꼭 해야 될 일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기억을 잃어버린 채 일어났던 그 방, 아직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곧장 내가 일어났던 암실로 향했고 그곳의
옷장을 살펴보던 중 한 쪽지를 발견했다.
‘카멜레온은 타인의 색을 따라하는 능력이 있다.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