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오산문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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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VOL. 68  osan culture








              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을 때 눈을 뜨게 되었                  기억을 잃어버린 시점으로부터 지금까지 그닥 많
              다. 주변에는 인기척이 없어 침대에서 일어나 방                   은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었지만 편지속의 나의
              을 한번 둘러보았다. 별 다른 특별한 점은 없었고                  모습과 직접 경험하고 느껴 예측하던 내 모습과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나에게 보내온 편지와 롤링                    는 많이 상반되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

              페이퍼가 눈에 들어왔다. 타인이 봤을 때 나는 어                  자면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아.’ 같은 내용
              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만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기억을 잃은 시점
              생각하여 곧 바로 편지내용과 롤링페이퍼 내용을                    으로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내
              살펴보았다.                                       가 생각하고 느끼던 내 성격은 절대로 밝은 모습

              ‘진짜 성실한 것 같아.’                               이 아니었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옳은                    보다 작은 일에도 화내는, 긍정적이라는 말과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 해.’                               거리가 먼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아.’                         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옳

              ‘공부 잘할 것 같아.’                                은 일이라면 최선을 다 해.’ 라는 내용 또한 내 생
              ‘리더십 있어.’                                    사가 걸린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긴 커
              ‘매력이 넘쳐흘러.’                                  녕 신세한탄만 하며 나태한 태도를 가졌는데 과
              이 외에도 많은 칭찬이 있었다. 편지와 롤링페이                   연 옳은 일을 한다고 내 자신을 헌신하며 대의를

              퍼에 적혀있던 칭찬들로 예상 해보는 나의 모습은                   위해, 옳은 일을 위해 행동했다는 친구들의 말이
              통제와 소통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완벽한 리더이                   맞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자 착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며 자신의 일에 책임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고 곧
              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                    이어 방문이 열리며 누나가 나타났다.

              아할만한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 듯하였다. 내가 어                  “어. 뭐야 동생? 이제 좀 괜찮아졌어?”
              떤 식으로 기억을 찾아야 할지 완벽한 해답을 찾                   나는 재빨리 살펴보던 편지지와 롤링페이퍼가 누
              지는 못하였지만 어느 정도 기억을 찾을 수 있게                   나에게 보이지 않도록 숨기며 대답했다.
              도와주는 길라잡이인 나침반을 얻은 것 같았다.                    “어. 괜찮은 것 같아. 방금 일어나서 좀 걸어보기

              그래서인지 불안감에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나의                    도 했는데 별 문제없네.”
              마음속은 잠시 햇빛이 들며 앞으로의 일이 잘 풀                   “다행이다. 누나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네가
              릴 것만 같은 포근하고 따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기절해서는 사흘 내내 잔거는 알
              하지만 그런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뿐이었다. 편                  고 있기나 해?”

              지와 롤링페이퍼에 적혀있던 나의 모습은 무언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머릿속에서는 사흘이란
              내가 아닐 것만 같다는 괴리감이 들었던 것이다.                   단어만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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