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오산문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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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오산청소년문학상 시상식과 작품 감상







           것 같아요. 사람들이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도록                  곧이어 전화 연결 음이 들렸다.
           도와주는 정말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                    ‘띠링띠링띠링 뚝.’
           실 것 같고요. 자 숨기지 마시고 어서 노래 한 곡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뽐내보시는게 어때요?”                                 “어~ 아들 왜 전화했어?”

           나는 이번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목이 빨                  어느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으며 그 목소리는 분
           간 것과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기                  명 나의 엄마 목소리라는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에 목이 빨개서 노래를 잘 부를 것 같다는 것인                   수 있었다. 나는 엄마께 내 상황에 대한 자초지종
           가? 화가 났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을 설명했고 엄마는 처음에 그게 무슨 소리냐며

           별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이내 포기하고 자리                   장난치지 말라고 하셨다. 내 이야기를 믿지 않으
           를 떠났다.                                       신 것이다. 하지만 나의 계속된 설명과 겁먹은 듯
           시간이 흘러 저녁을 지나 밤이 되었고 아무 단서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시고 농담을 하고 있는 것
           도 찾지 못한 나는 이 상황이 정말 막막했다. 아                  이 아니라고 알아차리셨다. 결국 기억 찾는 것을

           니 막막하다 못해, 누군가가 내 목을 천천히 옭                   도와주시겠다며 자신의 집을 찾아오라고 하셨다.
           아매어 조이는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 답답해 미                   나는 곧장 부모님의 집을 찾아갔고 부모님의 집에
           칠 것 같았다. 그렇게 지친 몸뚱이를 길거리 벤치                  도착하자마자 부모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
           에 맡긴 채 전광판에 나오는 광고를 보고 있었다.                  하고 바로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다.

           때마침 가족관련 공익광고가 나오고 있었고 별생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아 정신을 차려보니
           각 없이 보다보니 문득 가족이란 단어가 귀에 또                   나는 어느 침대에 누워있었고 예쁜 회색 쥐가 내
           렷이 박혔다. 나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연                   간호를 봐주고 있었다. 나는 그 회색 쥐가 나의
           락처 목록을 훑어보았다. 연락처에는 여러 사람                    엄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었지만 엄마나 아빠, 누나                   “엄. 엄마?”
           라고 저장되어있는 번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자 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가족 번호가 저장되어있을 것이라 큰 기대                   “엄마는 개뿔, 너 누나다 이 새끼야. 아무리 기억
           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였기에                   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네 똥 기저귀도 갈아줬는

           0.01%의 가능성이라도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데 니 누나 하나를 기억 못하냐. 동생 키워봤자
           수밖에 없었다.                                     의미 없다니까, 어휴. 서운하다 서운해.”
           다시 한 번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진 나는 아무 생                   엄마든 누나든 가족을 만났다는 생각에 안심
           각 없이 통화내역을 훑어 내려가던 도중 유난히                    이 되어 긴장이 풀렸는지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

           한 번호와 통화내역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데 그 짧은 순간에 또 다시 잠에 들어 버렸다. 그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저녁 시간대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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