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오산문화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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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VOL. 68  osan culture








              는 자동차에게 날아갔고 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번 말을 건네었다.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내 머릿속에서는 오직 그                    “하긴 그렇긴 하네요. 하하 그럼 다시 한 번 죄송
              자리를 서둘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                    하지만 제가 어떤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까?”
              배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나를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대답했

              5분정도 걸으니 시내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고 시                   다
              내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모델 일을 할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저처럼 발이 갈색인 것을
              것 같이 잘생기고 매력적인 공작새부터, 화목해                    보니 달리기 하나는 빠르실 것 같네요.”
              보이는 강아지 가족과 고양이 가족들, 자신이 가                   “그렇군요. 그런데 왜 발의 색깔이 갈색인 것

              진 재산을 떵떵거리며 자랑하고 다니는 돼지, 서                   과……. 아아, 아닙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로를 너무나 사랑해 서로를 끝까지 사랑하리라고                    나는 발의 색깔이 갈색인 것과 무슨 상관이 있어
              맹세하고 있는 늑대 연인들, 어딘가로 급하게 달                   달리기가 빠를 것 갔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한 번
              려가고 있는 치타, 옷가게를 하고 있는 도마뱀 등                  더 말을 건넸다가는 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영양가

              정말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시내의 물결에 몸                    없는 대화로 이어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을 맡긴 채 물결의 방향에 따라 휩쓸려 떠내려가                   길거리에 나와 있다 보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고 있었다. 그때 내 조금 앞에서 정장차림으로 깔                  한 명쯤은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사람이 가장 많
              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말이 보였고 무언가 작은                    이 붐비는 광장 쪽에서 서성거려 보았지만 괜한

              단서라도 얻을 수 있으리란 막연한 생각이 들어                    시간 낭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푸라기라도 잡
              말에게 말을 건네었다.                                 는 심정으로 신호등 건너편의 닭에게 한 번만 더
              “저어. 안녕하십니까?”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지 말을 건네 보기로
              그가 밝게 대답했다.                                  마음먹었다.

              “네, 안녕하세요. 무슨 도움이라도 필요하십니                    “저어. 안녕하세요?”
              까?”                                          “네 안녕하세요. 혹시 저에게 볼 일이라도 있으신
               “아 네. 갑자기 붙잡고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혹                 가요?”
              시 제가 누군지 알고 계시나요?”                           “아 제가 최근에 기억을 잃어버려서 그런데, 혹시

              그는 살짝 입 꼬리를 올렸고 웃음을 애써 참으며                   저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 게 있으신지 여쭤보고
              대답했다.                                        싶어서요.”
              “아. 저희 둘이 초면인데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시군요. 그런데 아쉽게도 저는 당신에 대해
              제가 무슨 용한 무당도 아니고.”                           서 아는 게 하나도 없네요. 뭐. 대충 어떠실 것 같

              나는 그의 비아냥거리는 태도에 기분이 살짝 상                    은지 말씀드려보자면, 목이 저와 똑같이 빨간 것
              하였지만 내 기억을 찾기 위해서 꾹 참고 다시 한                  을 보아하니 저와 비슷하게 아침에 노래를 부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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