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전시가이드 2024년 04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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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Dreaming40107 65.1X100.0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배한 타원이 신들의 세계, 또는 신성의 영역,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세상에서     망이란 말이 다시 튀어 오르는 것으로 보아 이 양단의 에피퍼니야말로 신의
            가장 크고 가장 깨끗한 당신의 호흡”이 도달할 곳이라면, 줄기는 땅과 하늘을      호흡에 근접한다. 나무의 꿈꾸기를 그리는 작업은, 위든 아래든, 보이지 않는
            잇는 인간세상이 된다. 지하의 세계, 혹은 땅과 인간세상은 구분된 듯하지만       것의 속을 보여주는 예술적 명상에 가깝다.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다. 인간이란 것이 저 높은 곳을 염원하지만, 땅에서 태
            어나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깨끗한 호흡”을 꿈꾸기를 멈추지 못하다가 결      나무를 정의할 때 좁은 의미로는 목질 기둥을 가졌으며, 이 기둥이 길이(혹은
            국 땅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그림을 보며 이러한 단절(하늘과 인간 사이)과,     높이)뿐만 아니라 형성층(부름켜)이 있어서 몸이 굵어지는 쪽으로도 두 번째
            구분과 연결의 공존(인간과 땅 사이)의 회화적 형상화에 감응하여도 좋고 마       생장하는 식물을 뜻한다. 계절별로 나무의 성장 속도가 달라서, 즉 여름에는
            음속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떠올려도 좋다.                   빠른 속도로 쑥쑥 자라고 늦여름이나 가을부터는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조
                                                            직의 재질이 달라진다. 봄이나 초여름에 자라난 부분은 색이 옅고 부드러운
            타원 모양의 위와 노랑 안개 느낌의 아래를 잇는 줄기에 세월의 흔적이 완연       재질이고, 늦여름 이후 생장한 조직은 색이 짙고 단단한 재질이어서 나이테
            하다. 수종에 따라 나무의 껍질은 다양한 모양과 질감을 보이는데, 사람으로       가 생긴다. 나이테는 나무의 성장흔인 셈이다.
            치면 주름살이다. 주름살이 아름답게 자리한 얼굴에서 예상하는 충직한 삶의
            흔적이 나무에서는 나이테로 구현된다. 어떤 나이가 어떤 나이테를 품고 있는       나이테를 만드는 부름켜는 체관부과 물관부 사이에 있다. 체관은 잎에서 광
            지는 나무가 베어진 다음에 확인할 수 있는 게 난점이다. 부름켜가 한층 한층      합성한 양분을 아래로 내려주고 물관은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위로 올려준
            쌓이며, 그냥 되는 대로 쌓이지 않고 염원과 신성한 호흡을 품으며 ‘Dream-    다. 나무 안에서는 계시(체관)와 염원(물관)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성장의 고
            ing’을 간직한, 위그드라실을 닮아가는 나이테가 만들어지면, 어쩌면 그림처      통을 나이테로 전환하는 본원적 ‘Dreaming’이 일어난다. 보이는 그림을 통해
            럼 나이테의 타원 모양 단면을 들어 우리에게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것의 속을 포착하려는 작가의 분투가 성공적이었다면 관람자는
                                                            이 그림에서 ‘Dreaming’을 읽어낼 수 있다. 하얗다는 단어를 사용한 타원 안
            신성이란 것이, 신의 자기진술이라기보다 신의 드러냄을 인간의 방식으로 받        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작가의 분투와 그의 세계 성찰을 동시에 느낄
            아들여 재해석한 것이기에, 현현이든 계시이든 그 에피퍼니(epiphany)는 상    수 있다. 인간의 뇌를 연상시키는 수관부는 시냅스와 도파민의 명멸하는 전
            상컨대 자신의 속을 보여주기 위해 일도양단으로 제 몸을 잘라 그 단면을 관       장이다. “숲에 들어가 보면 아프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작가의 말을 소환하
            람자에게 보여주는 제의적 행위를 닮았다. 제 몸을 양단하는 삶을 나이테로        게 된다. 타원의 윗부분이 완결되지 않은 것 또한 모종의 열린 결말로 염원의
            제시할 때 아래쪽을 들어 보여줄 것인가, 위쪽을 들어 보여줄 것인가. 물아양      가시적 한계와 계시의 무한함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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