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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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dancing flower 100.0×80.3cm People-Hi ! Miss Dior !! 162.2×130.3cm
를 전해온 작가는 <Jesus my love> 시리즈를 통해 ‘종교’를 ‘삶’으로 확장하는 게 유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캔버스의 크기 따위는 크던 작던 중요하지
방식을 채택한다. 작품의 특징은 초기 화선지 작업에서 벗어나 디테일을 위한 않다. 치열한 정면 응시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차별 없는 세상에 도
‘튜브 드로잉(Tube Drawing)’으로 자신만의 마티에르를 확립한 것이다. 스미 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는 종이작업들이 내면의 자기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이라면, 선의 마티에르를
올리는 양각 작업은 외부로 확장하는 자신감 넘치는 ‘작가의 경험’을 반영한 양시영은 1980년대를 강타한 독일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의 대표
다. 과감한 직선과 원형의 도트 작업들이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조하는데, 자 주자인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를 떠오르게 한다. 사회주
기 패턴의 발견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같은 대가들이 획득한 작가 의 체제에 반대하며 초창기부터 기존의 관습에 저항하는 작품을 선보인 작가
의 개성화 형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로, 자신이 속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추상미술·아카데미즘 등 당대 미
술계의 흐름에 반하는 ‘거꾸로 된 오브제, 과장된 인체의 표현’ 등으로 세계적
양시영의 직관, 치열한 개성화의 길 인 명성을 쌓았다. 굳이 양시영을 구상 초상 계열작가로 구분한다 해도, 사실
작가의 세계는 아카데믹과 아마추어의 장점을 섞은 ‘프로암(프로+아마추어)’
작가의 개성화 과정에 도움을 준 가장 큰 계기는 '아트 스튜던트 리그 오브 뉴 의 정체성에 가까울 것이다. 그럼에도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에
욕(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 1875년 설립)'에서의 수학이다. 아티 곤 쉴레(Egon Schiele),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루시안 프로
스트와 아마추어 모두를 위한 수업프로그램은 ‘연령-인종-학력’을 제한하지 이트(Lucian Freud)의 자화상에서 엿보이는 이유는 ‘시적(市籍) 직설’이 작품
않으며, 한국화가로는 박길웅·김창열이, 해외 유명 화가로는 잭슨 폴록(Jack- 에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직설화법에 대해 “양시영 작가는
son Pollock)·로이 리히텐슈타인(Roy Richtenstein)·조지아 오키프(Georgia 배후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기보다 솔직한 자기표현을 통해 스스로
O'Keefe)·마크 로스코(Mark Rothko)·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등 를 선과 형태로 변형하는 ‘양시영 만의 장르’를 만든다.”고 평한다. 자신의 장
이 있다. 양시영은 이 학교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갤러리 전시, 편견 없는 작 애를 트라우마의 반작용, 이른바 ‘창작의 돌파구’로 삼아 독창성과 자신만의
가교류 등을 경험하면서 ‘성역(聖域)없는 문화의 자율적 분위기’를 자연스럽 개성이 담긴 고유의 예술적 형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25세 약관의 나이
게 획득했다.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Blond Woman> <Nature-Forest> 에도 불구하고 이미 작가의 작업실엔 방대한 전작의 모티프들이 작품에 통합
<People- Look at my Flow> 같이 자연/도시와 결합한 ‘인종-남녀노소’를 넘 되면서 절묘한 레퍼런스를 만들고 있다. 정해진 형식에 속박되지 않는 끊임
나드는 ‘신표현적 자기발견’의 계기와 만난 것이다. 해외에서 양시영 작가는 없는 ‘숭고(Sublime)와 확장의 가능성’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손의 직관을 따
한국의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난 움직임들에 감화를 받았다. ‘오일 스틱-아크 른 개성 어린 작업들은 ‘글로벌한 독립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한 교두보가 아
릴릭’까지 확장된 작업들은 ‘유화-스프레이-조각’으로의 확장을 예고하고 있 닌가 한다. 우리 모두 편견을 지우고 양시영 작가가 던지는 의미 있는 메시지
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색상-작품구도-도구을 잡는 패턴’ 등을 자유롭 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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