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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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국립박물관 소장 파피루스
쓰기 시작하여 주로 묘비명(墓碑銘)에 많이 쓰인 문자로서 석재, 목재 및 금
속에 새겨졌다. 엄격한 정서법(正書法)은 없고, 전체적으로 어떻게 공간을 균
형 있게 메우느냐 하는 장식적인 측면에서 문자를 선정하고 배열하였다. 문
자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채색을 하여서 회화라고 할 만큼 예술적 측면
에서 뛰어났던 문자라 할 수 있다. 파피루스에 히에로글리프로 '사자의 서'나
관구문(棺樞文) 등과 같은 종교 문서를 적을 때에는 히에로글리프를 약간 흐
트러지게 쓰기도 하였다.
카이로 이집트 국립박물관(Egyptian Museum)에 전시된 파피루스 그림을
보면서 당시 인체나 사물을 묘사한 수준이 상당히 높았음을 알 수 있었다. 원
근법은 사용하지 않았고, 인체 묘사에 있어서 정면과 측면을 혼용하였으며,
동물은 기본적으로 측면을 그렸다. 그림 속에 그려진 사람과 사물들은 화면
에 나란히 배열하는 평면적인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사람의 모습을 머리는
옆모습으로 그렸으나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으며, 어깨는 정면을 향한 반면
상반신은 절반 정도 옆으로 돌리고, 다리는 또다시 옆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다시 말해 얼굴과 발은 옆을 향하고 눈과 상체는 정면을 향하는 ‘정면성의 법
칙(Gesetz der Frontalität)'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또한 인체의 부분 부분을
잘 표현하였으며, 특히 얼굴이나 손과 발을 미려한 선으로 한 번에 그어 묘사
한 점은 뛰어나다고 생각된다.
채색을 살펴보면 우리 단청에서 사용하는 양록, 하엽, 뇌록, 삼청, 양청, 석간
주와 상당히 비슷한 색상을 많이 사용하여 화려하다. 채색을 하는 방식도 일
정하게 구획된 면에 한 가지 색을 칠하는 면채색법, 즉 단청에서의 휘채색
법을 쓴 것이나 외곽 선을 그은 점은 단청의 기법과 매우 흡사하다. 색상이
나 기법에서 비슷하다 보니 우리 단청이나 불화와도 공통점이 많아 보인다. 이집트 파피루스 부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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