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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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_91.0x116.8cm_oil on canvas_2021





            Grimm)의 53번째 ‘백설공주’(Schneewittchen/1812) 캐릭터들을 뒤섞어 하  디테일하게 처리한 뒤 그 위에 캐릭터를 얹어 작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
            이브리드 스토리로 만든 “어?” 시리즈 작품이 있다. 여기는 소개하지 않지만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잘 그려진 배경 위에 편집하는 셀 애니메이션을
            또 다른 “어?” 시리즈 중에는 우리나라 전래동화 ‘콩쥐팥쥐’와 지중해 문화      연상케 하는데, 동일한 배경 하에 스토리가 좀 더 전개된 또 다른 작업을 시리
            권 전래동화 ‘신데렐라’(Cinderella) 스토리가 뒤섞여서 콩쥐이자 신데렐라   즈로 제작해서 나란히 전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여 추천드린다. 작가
            가 한쪽에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른 한쪽은 유리구두를 신기 위해 버선발        에게는 스토리를 내포한 캐릭터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겠지만 앞쪽의 캐릭
            을 내미는 작품도 있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작품은 알퐁스 도데(Alphonse    터와 뒷쪽의 배경이 모두 다 일률적으로 중요하게 처리되어 전체적으로는 오
            Daudet/프랑스/1840-1897)의 ‘별’(Les étoiles/1885)과 황순원(1915-2000)  히려 평면적으로 보이는데, 이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작가가 선
            의 ‘소나기’(1952)를 대놓고 엮어 보여주면서 제목은 반고흐(Vincent Willem   택한 애니메이션식의 처리 방식일 수 있다고 보인다.
            van Gogh/네덜란드/1853-1890)를 연상시키는 ‘별이 빛나는 밤에’가 있다.
                                                            작가는 “사소함과 보편성의 가치를 주제로 작업하면서 다수가 공유하는 보편
            우선 “어?”에서 이 작품을 잘 뒷받침하면서 조화롭게 만드는 것은 사과를 든      적 정보를 기반으로 본인과 동일한 시간대와 공간, 문화를 경험했다면 한번쯤
            푸른 손톱의 마녀도, 나의 이야기에 왜 마녀가 등장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봤을 통속적 컨텐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탐구하고자
            눈빛으로 빨간 머리를 가지런하게 흩날리며 마녀와 눈을 마주치고 도망치는         하였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고전 소재를 개인 성향과 아이디어의 개입으로 변
            빨간 망토도, 악역으로 등장하는 타이밍을 놓쳐 숲속 나무 뒤에 숨어 상황을       화를 시도하여 기존 원작 공간 영역에 대한 확장과 사유화를 시도하였다. 대
            관망하는 늑대의 탈을 쓴 강아지의 모습도 아닌, 바로 배경으로 처리된 톤 다      중적 콘텐츠를 바탕으로 본인의 감정과 이야기를 첨가하여 변형 및 각색하였
            운된 나무 몸통과 그 뒤에 보이는 또 다른 배경이다. 이들은 일러스트레이션       기에 패러디 형식에 가까우나, 고전 안에 새로운 이야기를 모색하거나 변형시
            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엎치락뒤치락 서로 충돌하며 갈등하는 앞쪽의 스토리         키려는 의지를 통해 관람객 각자 축적된 관념(여기에서는 어떤 대상에 관한
            와 캐릭터들이 돋보이도록 한껏 뒤로 물러나 있다. 이 배경은 평면적으로 처       인식이나 의식 내용으로 사용함)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소재를 가미하였다”
            리된 앞쪽의 주인공들을 받쳐주는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으로 보이         고 말한다. 즉, 단순 모방이 아닌 의도적 모방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도출하여
            도록 정성껏 묘사되어 있어 앞쪽의 캐릭터보다 오히려 눈에 먼저 들어온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작
            또한 스토리를 신빙성 있게 해주는 안정적인 구도를 만드는 데에도 일등 공신       품에 있어 보는 이를 끌어당기는 것이 스토리의 힘이라고 보며, 이것이 작품
            을 자처한다. 이는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도 반복적으로 적용되는데, 서로 대     의 감상과 해석에서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스토리나 주제가
            조되는 강렬한 RGB 색채 구성과 앞쪽에 캐릭터가 있음에도 찬란하게 빛나는       무엇이건 형식적 표현 특성을 읽는 것에 더 중점을 두는 감상자들에게는 비현
            별이 있는 뒷배경으로 먼저 시선이 가는 이유이다.                     실적이고 공상적이지만 진솔한 이야기의 진행형 스토리텔링이 전개하는 디
                                                            테일한 표현을 통해 순수한 정밀함을 느껴보라고 권하는 듯하다. 작가가 말하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궁금했던 점은 과연 스토리 구성 후 어떤 순서로 평면       는 ‘관념적 초상’은 ‘캐릭터 초상에 대한 표상’(表象)으로서 누구나 즐겁게 작
            에 펼쳐나가는가였다. 왜냐하면 애니메이션에서는 시간, 장소, 사건의 묘사가       품과 스토리에 다가가도록 하면서도 감상자만의 개인적인 스토리로 또 다른
            중요해서 이를 보다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배경 작화를 우선적으        스토리텔링을 진행해나가도록 격려한다.
            로 디테일하게 처리하는데, 마치 애니메이션 제작처럼 배경 작화를 제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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