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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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놀이터’ 91x117cm Watercolor on paper 2019 ‘항상 함께- 연꽃3’ 45x45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할 때 꼇던 골무 속에 토테미즘(totemism)의 신앙적 소재인 솟대를 시각화하 띠에르(matière)가 매력이다. 화폭에 빼곡한 풍경의 이미지는 어릴적 산간 사
여 조형하였다. 하나의 화폭을 이차원의 공간으로 나누고 빼곡한 작은 집들을 찰의 처마끝에서 울려졌던 추억의 소리를 통해 심미적 세상을 맑게 보고 새로
골목골목 헤쳐 나가 어머니의 골무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어릴적 운 만남을 기대하는 미래의 이상향을 기대한다. 소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
놀이터를 추억하여 찾는 여정을 이야기해준다. 수채화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파장의 근원으로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하며 이 평안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시
살려 인위적이기 보다 자연스런 수채 물성 그대로 드리핑하고 불투명의 소박 간의 흐름이 조영된다. 연꽃은 인도의 고대 민속에서 풍요로움과 여성의 생식
한 운필로 자연과 어린 시절의 감정을 조형한다. 을 상징하고 다산(多産), 힘과 생명의 창조를 나타내며 풍요·행운·번영·장수·
건강 및 명예의 상징 또는 대지와 그 창조력, 신성 및 영원불사의 상징으로 삼
‘엄마의 자장가’.(117x91cm. Watercolor on paper. 2019)에서 작가는 어린시 았기에 작가는 거칠은 마티에르의 터치와 강렬한 배색으로 구현하였다. 채료
절 추억되는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세필로 짜여진 모시의 질감을 통해 표현한 의 다양성을 과감히 차용하는 작가는 수많은 물성의 체험을 통해 회화표현의
다. 저고리와 함께 배치된 십장생의 이미지들은 경로사상의 공경이며 어머니 시각적 다변화를 감상 할 수 있도록 실험적 작가정신을 강조한다.
에 대한 사랑이다. 오방색에 근거한 전통문양과 아르누보(Art Nouveau)를 연
상케 하는 식물성 반복 무늬는 우리의 민족이며 외국생활에서 갈망했던 문화 서양화가 장혜숙이 전업 작가로서 고난한 작업의 여정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정체성에 대한 지표로서 작가의 심미감을 자극해 준다. 화폭에 표현되는 전통 힘은 그녀가 경험하는 우리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동심에서 기억되는 자연
문양과 반복 무늬는 그 자체가 언어의 정착 이다. 우리가 언어와 문자로 표현 의 형상에 대한 관심을 통해 추억과 현실을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얻는 희열을
의 강도를 구체화하기 전 그를 대신했던 것이 무늬이다. 무늬는 바로 의사를 즐기는 원천에 있다. 과거를 추억하고 다양한 채료의 차용으로 시각화 하고
전달하는 언어이며 문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인류가 그동안 이루어 놓은 회 그를 통해 감상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창의
화, 조각, 공예 등 모든 조형미술의 원천이 되었다. 작가는 이 무늬를 통하여 문 적 욕망과 열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오랜 기간 해외활동에서 추억하는 모국의
자와 언어로 담기 힘든 민족과 문화정체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여 주고 있다. 문화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자기질문 속에 어머니의 품속과 동심의 자연풍경
은 서정미를 함유한 언어의 구현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여정으로 안내해준
장혜숙작가는 채료(彩料)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수채화, 아크릴, 유화와 혼 다. 토템적사상에 근거한 만물의 모든 이미지들은 그녀가 생각하는 조형적 우
합 미디어등 다양한 오브제(objet)들을 자연스레 포용하여 연구하는 실험적 주세계를 상징하며 작업의 모티브로 창작의 열정을 더욱 지원하여 준다. 소싯
작업과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이다. 근작 ‘항상 함께- 연꽃3’(Mixed media 적 ‘추억’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조형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이데아의 세계를 통
on canvas 45x45cm.2023)는 작가의 채료 사용의 다양성을 볼 수 있는 작품 한 창작 소산물과의 ‘만남’의 완성을 위해 작업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장혜숙 작
이다. 토텝신앙의 사상적 이미지를 다양한 오브제의 혼합사용으로 거칠은 마 가의 문화정체성 여정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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