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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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André-Pierre Arnal, 사선의 찢어진 상처, mixed media, 2002 ⓒADAGP  / (우) 홍정희, 색동 colorful, 90.9 x 72.7, acrylic on canvas, 2023 ⓒADAGP


            가장 빛나는 별” 이라 칭찬하실 정도였으니. 그녀가 자부심을 갖고 추억하는       다양한 천을 화폭에 모자이크 하거나, 캔버스의 나무 틀을 떼어 버림으로써 종
            《YEA RANG BANG》은, 시쳇말로 당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    래의 화포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었고, 화포를 장대로 받쳐 걸거나, 상 위에
            과 귀인들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유명했다고 한다. 홍정희 작가의 작품  펼쳐 놓거나, 직물처럼 접어서 개어 놓음으로써 회화와 직물 도안과의 구별을
            세계를 시대별로 구분해보면, 초창기에는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함       애매하게 만들었다. 또 회화를 신화화하는 서명ㆍ제작 일자ㆍ타이틀 등도 일
            으로써 소위 ‘생활 민화’적인 주제들을 표현했다. 그런 과정이 되풀이 되던 차     체 표시하지 않음으로써 회화를 둘러싼 시스템 등을 개혁하려 노력했다. 대표
            에, 지금의 주제가 되는 구도가 <제2회 개인전>때 부터 잡히기 시작했으나 워     적인 작가로는 드바드(Devade, M.), 칸(Cane, L.), 비울레(Bioulès, V.), 드죄즈
            낙 색채가 어두워서 대중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한다. 와신상담 끝에 ‘비단      (Dezeuze, D.), 세투르(Saytour, P.), 발랑시(Valensi, A.), 비알레(Viallat, C.) 등
            가게와 고완(희귀한 고가구나 예술품)의 세계’가 새롭게 합쳐지는 동시에 우       이 있다. 쉬포르는 회화에서의 지지대를 뜻하고 쉬르파스는 화면을 가리킨다.
            리 조상들이 경사스러운 날 입었던 색동이 덧입혀지면서 마침내 ‘조각보의 구
            성’이 완성되었다. 한마디로, 홍정희 작가의 현재 작품세계는 그녀가 살아왔던      결론적으로, 홍정희 작가는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회원 작가들 가운데
            흔적에서 재발견한 또 하나의 나인 셈이다.  따라서 ‘색동의 의미’는 축복과 경    서도 드물게 ‘한국적 전통소재’를 가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대미술
            사스러움 자체이다.  바로 그런 작은 배려심이 그녀의 그림을 감상하는 모든       계에서 주류로 떠오른 ‘기하학적 비구상 계열’ 작풍과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사람들이 잠깐이나마 즐기기를 바라는 세세한 마음 씀씀이로 투영되기에 그         조화를 이루는 지혜로운 작가이다.
            녀는 천생 작가일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도 활동을 지속하면서, 《한국미술진       자, 여기서 잠깐 <비구상>의 정의를 돌이켜보자. 사전적인 의미로써 설명적·
            흥원》 부설 《카파미술관》에서 진행된『2023 유럽와인 작품라벨 특별기획전』      문학적·자연주의적인 요소를 일체 배제한 순수 조형의 개발을 목적으로 하
            을 통해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23 살롱 앙데팡당전』에 이어  는 <미술사조>라는 점에서 판단해 보면, 위에 언급한 앙드레-피에르 아르날
            『2023 제2회 AIAM & ADAGP 글로벌 연합회원전』 에 합류한 홍정희 작가는,   의 창의적 발상은 ‘차가운 비구상’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표현상으로
            【AIAM 회원】으로써 자존심을 지키고자 작품세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      는 비록 ‘비구상’의 외형을 지녔을지라도 실상은 설명적·문학적·자연주의적
            고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여기서 필자는, 그녀의 ‘한국적 비      인 요소를 일체 배제한 ‘순수 조형’이 아닌 사상적 요소가 바탕에 흐르기 때문
            구상’과 절묘하게 대비되는 글로벌 거장의 ‘서구적 비구상’작품이 연상된다.       에 그 모순점을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에 반해 홍정희 작가의 『색동
            1970년대에 프랑스에서 결성되어 전위적인 미술 단체로 유명한〔Supports/    colorful』에서는 작품 배경에 ‘전통의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Surfaces 쉬포르/쉬르파스〕의 창시자 앙드레-피에르 아르날(André-Pierre   오히려 ‘뜨거운 비구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946
            Arnal)의『Les Déchirures Obliques 사선의 찢어진 상처』가 바로 그것이다.   년부터『살롱 데 레알리테 누벨 Salon des Réalités Nouvelles』이 중심이 되
            앙드레-피에르 아르날은 1966-1968년 사이에 당시 드골 정부의 실정과 모순    어 ‘추상미술의 국제적 거점’을 마련하였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형식주의
            에 저항했던 ‘진보 청년세대’의 상징이다. 1980년대 이후에 들어와서도 여전     적 장식성에 빠져들어 순수한 조형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히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특유의 은유 기법을 적용시켜 ‘비구상 작품’에 반영      는 <비대상미술>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현대미술계에서 통용
            시킴으로써, 권력자의 시각에서 볼 경우 매우 껄끄럽지만 딱히 비난의 빌미를       되는 개념인 <농 피귀라티브 Non Figurative> 계열의 작품들은 추상과 구상,
            제공하지 않는 ‘불편한 작가’ 역할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태동시킨 이 그룹은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의 절충이라고 하는 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MPT>라는 그룹의 회화적 우상파괴에 대한 하나의 반동으로 형성된 것이       바로 이러한 상황에 착안해 홍정희 작가만이 구사할 수 있는 역 발상을 통해 ‘
            라 볼 수 있다. 이들은 “그림 그리는 것은 아직도 가능하다. 다만 회화적인 방    고유한 시도’를 거듭하며 도전한다면, 적어도 <비구상 생태계>의 한 영역에
            법의 개조가 필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회화를 제작하는 방법을 통하여 구       그녀의 이름을 새길 수 있지 않을까. 아무쪼록 【ADAGP 글로벌 저작권자】의
            조에의 새로운 탐구, 누보 리얼리즘과 같은 반예술적인 전위주의의 추방, 미       일원으로써, 홍정희 작가가 초대한 <잔치 마당>에 ‘새로운 정신’이 충만하기
            술의 파리로의 집중화 분쇄 등을 구체적인 목표로 내세워 실천하였다. 때로는       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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