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전시가이드 2023년 10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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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리에서Ⅴ  32×32cm  동, 에폭시  2023




                                                            의 작업이 총결집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든 작업의 아이디어를 건져내
                                                            고 작업의 모티브를 찾아내며 오로지 금속공예 일만을 중심으로 하는 충실
                    정감정물Ⅱ 400×330mm  작동 아르미늄 에폭시 및 수지도료  2023
                                                            한 공예가의 삶을 살아왔다. 이곳은 설비되어 있는 테이블이나 천정의 등까
                                                            지 모두 그 자신이 직접 동으로 제작하였고, 오랫동안 실내와 정원의 기물
                                                            을 하나씩 만들어 채워가며 꾸며온 그의 모든 작업 시간이 중첩된 공간으
                                                            로서 동을 위주로 한 그의 각종 공예품을 내보이는 전시실이자 카페를 겸하
                                                            는 삶의 공간이다.
                          2023. 10. 12 – 10. 24
                                                            이렇게 동을 다루는 작업을 통해 손에 능숙하게 익은 재료와 그로부터 터득
                    아트스페이스퀄리아T.02-379-4648                  한 동판의 표면효과를 응용하여 그는 언젠가부터 동판 표면에 안료를 혼합
                                                            한 합성수지를 발라 평면에 나름의 바탕 효과를 내는 그림의 배경을 조성하
                                                            고 그 위에 갈대, 대나무, 연꽃, 연잎, 수국, 민들레, 포도송이, 등 자연의 소재
                                                            를 조형화한 오브제를 배치하여 고부조(high relief)와 같은 성격을 띤 입체
                                                            적 평판 작업을 병행해왔다. 이러한 작업은 말하자면 회화와 부조가 만난 듯
             동판으로 펼쳐낸 향수의 풍경                                한 효과를 보이기도 하는 것으로서, 회화적 평면 공간과 공예적 오브제의 어
                                                            울림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독특한 창작품이다. 동판을 오리고 손질하여 연
             이상구 금속조형전                                      잎이라든가 연꽃, 민들레꽃, 댓잎 등의 사실적 대상의 특성을 잘 묘사하여 만
                                                            들어낸 오브제들은 이들이 붙여진 바탕으로 칠해진 재료 자체의 물성에 우
                                                            연의 효과가 더해진 배경과 만나 한 층 더 그 효과를 배가한다. 여기에는 물
            글 : 서길헌(조형예술학박사)                                론 그가 오랫동안 여러 가지 재료를 다뤄온 장인으로서의 손길이 층층이 배
                                                            어있다. 그가 오랫동안 동을 다루며 터득한 익숙한 질감과 터치가 자연스럽
            금속공예가 이상구는 자신을 작가나 예술가라기보다 장인으로 불리기를 좋          게 스며들어 있으며 여기에는 그가 수천 가지의 실용 공예품을 그때그때 쓰
            아한다. 이는 그가 공예가로서 평생 쉬지 않고 묵묵히 일해온 삶과 자연스럽       임새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으로 형상화하여 제작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완
            게 어울리는 겸허하고도 소탈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구파발을 벗어난 서울 근       숙한 기법과 손길부터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손맛이 우러나기에, 그의 이러
            교의 북한산이 올려다보이는 마을에 터를 잡고 40여 년 이상을 일해온 그        한 작업은 별도의 회화적 눈속임의 틀이 필요 없는 있는 그대로의 진솔하
            의 작업장에는 이러한 자세로 살아온 그의 여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그         고 소박한 정서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러한 작업이 품고 있는 정서는 또
            는 쉬지 않고 오로지 동을 위주로 하는 작업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려왔다. 그       한 그의 작업실이 위치한 산자락과 나무 등이 우거진 자연 공간에서 작가
            래서 카페와 공예품 감상 공간을 겸하는 작업장의 이름도 ‘구리의 집’이라        의 마음속에 시간과 함께 켜켜이 쌓여온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고스란히 무르
            는 의미로 ‘카퍼하우스(Copper House)’라고 명명했다. 이곳은 그 자신의 손  익어온 것이기도 하다. 고요한 아침이나 오후의 한때, 또는 황혼의 경치에 깃
            으로 손수 돌과 흙을 쌓아 벽과 담과 지붕을 올리고 시간 속에서 차례차례 안      들어있는 고즈넉한 향수를 환기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에 알게 모르게 깃들어
            팎의 시설들을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비치한 곳으로써 동을 주재료로 한 그        있는 마음의 고향으로 귀향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치유의 감정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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