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2022년 03월 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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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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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 시인을 옥죄였던 이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세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창조와 종말이 아니라 생을 거듭하는 윤회를 믿게
            살아남아 우리 감성을 적신다. 예술의 생명력이다. 그의 시를 다 좋아하지만       된 까닭도 그런 이유다. 우리 삶은 좌우전후 사방팔방으로 연결된다고 보았다.
            특히 ‘서시’와 함께 ‘별 헤는 밤’을 자주 읊조린다.                  그래서 내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물이 서로 주고받는 작은 힘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즉,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니고
            1941년 어느 밤, 하늘의 별을 보며 시인은 자신과 연결된 많은 일들을 기억해    우주의  모든  것이  연결된  결과의  한  순간이며,  내가  존재하는  일도  그런
            냈을 게다. 그가 헤아렸던 밤하늘별을 필자도 보고 있다. 그러다 떠오른 주제다.    연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결과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신비로운 삶을
            저 무수히 많은 별 중에 먼지처럼 반짝이는 빛 하나가 지구겠지. 그 곳에서도      오로라가 피어오르는 밤하늘을 배경 삼아 유영하는 고래로 표현하고 싶었다.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에 태어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일까.
            그 무엇은 필연이다. 시공을 뛰어넘어 이어온 인연의 결과가 오늘 내가 보고       고래  주제  작품  중  우화적  분위기의  <고래사냥>시리즈는  밝은  세상을
            있는  현실이다.  동양에서  키워낸  세상  바라보는  이치를  그려보고  싶었다.   희구하는 보통 사람들의 바람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 희망도 우주의 별처럼
            예부터 우리는 세상 모든 일이 날줄과 씨줄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품어         서로의 연관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다.
            왔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유일하다고  믿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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