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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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학창시대_아버지의 전설(The Legend of My 새(Bird), 145.5x112.0cm Oil on canvas 1982
Father)_162.0x130.0cm Oil on canvas 1975
城
2025. 10. 1 – 11. 15 권숙자안젤리미술관 (T.031-323-1968, 용인)
안젤리 성(城) 이야기_과거 · 현재 그리고 미래로 Section 2 - 우망시대
젊은 시절! 여느 젊은이들 보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있었기에 대부분
권숙자 개인전 의 시간이 좌절과 절망의 우울한 나날이었다. 삶에 대한 희망이나 도전의욕
조차 없는 나의 의식은 우울과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우울을 잊는다는 우
망憂忘>을 여름 방학때 마다 가곤 하였다. 하기에 우망은 제2의 고향이기도
글 : 권숙자 작가노트 히다. 우울을 잊기 위해 문경세재를 넘어 목이 긴 하얀 새들이 사는 마을에서
하루 종일 새들과 함께 하며, 나 또한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긴 기다림으
로 목이 긴 새가 되었다.
나의 이번 <안젤리 성城 이야기-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는 Section4로
구성되어 있다. 여름방학이면 목이 긴 하얀 새들을 만나기 위해 큰 두루마리 캔버스를 메고
문경세재를 넘어 언덕을 오르면 새하얀 설산이 반겼다. 그 설경같은 풍경은
Section1 - 학창시대 하얀 새들이 웅집해 사는 소나무 숲이였던 것이다. 그곳에서 하얀 목긴 새들
대학과 대학원 시대는 회화의 기본기를 다지는 아카데믹한 연구에 몰두하 과 함께 지내며 큰 화폭에 이상과 희망을 채우려 했다. 당시 나는 화폭을 채우
며 사물과 인간에 대한 관찰울 통해 작업을 하면서 화단에 입문할 수 있었다. 기 보다 온전한 삶을 채우기 위한 훈련의 우망이었다. 새들이 사는 그곳에서
대학미전이나 대한민국 국전 준비를 하면서 예술의 깊은 향기를 느낄 수 있 도 인간 세상과 같은 <생존의 원리>가 이루어지는 진풍경이었다.
었고, 열정을 다하여 대작에 혼신을 바치는 시기였다.스승께서는 늘 “제로로
돌아가 작업하라” “순수, 엄격, 본격적이어라” “무슨 일 있어도 하루에 세시간 사랑하는 만큼 태어나고 태어나는 만큼 절망하고 절망하는 만큼 죽어가고 죽
은 매일 그림에 관해 생각하라”셨다. 화폭 앞에서 나는 늘 스승의 말씀안에 거 어가는 만큼 부활하는~
하면서 형태와 색깔을 선택하고 <제로>로 돌아가곤 한다. 명예도 경력도 세
월도 계산하지 않는 오직 <제로>가 되어~ 목이 긴 새들이 사는 우망에서 나는 사람이 사는 세상과 같은 삶의 원리를 배
우며, 이 우주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
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삶의 정원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목이 긴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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