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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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유

         이철진 작가, 행복을 그리며 마을을 예술로 승화하다
        춘심이-거리에서 예술을 만나다



        글 : 이문자 (전시가이드 편집장)










































        경주 불리단길 곳곳에 걸려있는 이철진 작가의 현수막


        천년고도 경주, 그 오래된 시간의 숨결이 깃든 불국사를 둘러본 뒤 발길을 멈      또한 유휴공간 네 곳이 새롭게 단장되어 평면작품과 입체 설치물이 들어섰
        추지 말고 아래 진현동(불리단길) 마을로 내려가 보자. 그곳의 낡은 골목은 지     다. 특히 한때 방치되었던 200평 규모의 건물이 이번 전시를 통해 문화예술
        금 예술로 피어나고, 세월의 흔적이 남은 건물들은 새롭게 단장한 문화공간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철진 작가는 “한정된 갤러리의 틀을 벗어나 마을 전
        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살아있는 ‘마을 미술관’이      체를 무대로 한 프로젝트를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
        11월 5일까지 펼쳐진다.                                  로 진현동이 주간과 야간 모두 즐길 수 있는 예술 정원으로 자리 잡길 바란
                                                        다”고 전했다.
        그 중심에는 이철진 작가의 프로젝트 「춘심이 – 거리에서 예술을 만나다」가
        있다. 이번 전시는 경주의 대표 관광지 불국사를 찾는 이들이 진현동의 매력       ‘춘심이’의 탄생과 성장-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을 스쳐 지나가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다. 그는 “예술은 벽 안에       ‘춘심이’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것은 작가 자신이자, 우리 모두의 내면
        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마을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확장하       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철진 작가가 ‘춘심이’를 처음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90
        는 시도를 감행했다.                                     년대 초. 초기의 춘심이는 작가의 무의식과 내면을 탐구하는 존재였다. 화면
                                                        속 인물들은 모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히 자기
        총 100여 점의 작품이 1km 구간의 가로등 배너와 입체,평면작품으로 설치되     자신을 바라보는 존재들이었다. ‘혼자 놀기’, ‘상념’, ‘Jazz’ 시리즈 등은 바로 그
        어, 거리 전체가 하나의 긴 화폭이 된다. 작가의 대표 시리즈 ‘춘심이’는 디지    시기의 작품들이다.
        털 판화로 재해석되어 진현동의 가을빛 골목마다 따뜻한 미소를 전한다. 기
        존 홍보물이 걸리던 자리는 이제 ‘야외 갤러리’로 변모했고, 관람객은 작품을      그러던 중 2008년 뉴욕 전시를 계기로 작가의 시선이 바깥세상으로 열렸다.“
        따라 걸으며 마을 자체를 감상하게 된다.                          세상이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큰 세상으로 나와 보니 내가 살아가는 이 시
                                                        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어요.”그 깨달음은 곧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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