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전시가이드 2025년 11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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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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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224-Ld07BRF)  80x80x5cm  molten Hanji & Mixed Media   Untitled (222-Ld01RB)  66x66x4cm  molten Hanji & Mixed Media






                                          김은은 작업 속에서 한지를 찢고, 태우고, 그리고 던진다.
                                        이 던지는 행위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통제와 해방 사이의
                                            감정의 파동을 물질로 번역하는 신체적 언어이다.




            내리고, 공기와 시간 속에서 스스로 굳어간다. 작가는 그 우연의 결과를 통제      를 가두는 ‘관념의 틀’임을 깨닫는다. 그녀는 그 창살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내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연이 만들어내는 질서와 균열을 받아들이며, 감정의       면을 투시하고, 창살 너머의 ‘평온의 세계’를 향해 사유의 손을 뻗는다. 이렇
            물리적 흔적을 화면 위에 새긴다. 이때 ‘던지기’는 우연의 물리학이자, 감정과     듯 김은의 예술은 물질적 행위와 정신적 사유, 감정의 흐름과 시간의 흔적이
            자연의 힘이 교차하는 순간의 기록이다.                           서로 교차하며 완성된다. 한지라는 재료는 이 모든 층위를 이어주는 살아 있
                                                            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찢고, 태우고, 던지고,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작가는 통
            그녀의 작업은 그렇게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사유하는 행위’로 확장된다.       제할 수 없는 세계의 질서 속으로 자신을 내맡기며, 소멸과 생성의 리듬을 체
            던짐 이후의 기다림은 시간과 물질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며, 그 기다림 속       험한다. 그 과정에서 한지는 더 이상 평면의 재료가 아니라, 감정과 사유의 생
            에서 한지는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형태를 바꾸며 스스로의 생명을 얻는       명체로 진화한다.
            다. 그녀의 태운 한지 시리즈는 이와 같은 행위의 또 다른 층위에 놓인다. 찢기
            와 태우기의 행위는 파괴가 아니라 정화이며, 흔적이자 재생의 표지이다. 한       전시 제목 〈소멸과 생성 그리고…〉 는 이 모든 세계의 흐름을 함축하는 말이
            지의 가장자리를 태우는 과정에서 남겨지는 검은 윤곽은, 소멸의 잔여물이자        다. ‘그리고…’라는 여백의 언어는 아직 끝나지 않은 순환의 시간, 미완의 세계
            새로운 생명의 경계선이다. 작가는 불이라는 원초적 에너지를 통해 ‘사라짐’       를 암시한다. 김은의 화면은 닫힌 구조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열리고 변형될
            이 곧 ‘탄생’의 일부임을 증명한다. 그녀가 말하는 ‘소멸과 생성’은 바로 이 순   수 있는 열린 세계이다. 그녀의 작업은 한 번의 완성이 아니라, 다시 던지고,
            환의 논리 위에서 작동한다.                                 태우고, 기다리는 반복의 과정 속에서 완성되는 ‘생성의 미학’이다. 김은의 작
                                                            품 앞에서 우리는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한편, ‘직선 시리즈’는 감정적 행위의 폭발과는 다른 층위의 사유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관념의 창살’이라 부른다. 직선은 질서와 규율, 수직과 수    그녀는 소멸을 끝이 아닌 변화의 시작으로, 흔적을 새로운 탄생의 형태로 바
            평이라는 세계의 골조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위에 한지죽이 불규칙하게 흘러       꾸어낸다. 그 세계에서 재는 빛이 되고, 파편은 다시 형상이 된다.
            내리고 굳어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표면은, 그 질서 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       그것은 결국 예술이 끊임없이 묻는 근원적 질문 ―
            는 감정의 흔적이다. 수직은 상승의 의지, 수평은 내려놓음의 평온을 의미하       “사라지는 것은 어디로 가는가?”,
            며, 이 둘의 교차는 긴장과 쉼, 구속과 해방이 맞물린 정신적 구조를 암시한다.    그리고
                                                            “그 사라짐은 어떻게 다시 돌아오는가?”
            김은은 이 직선적 골조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지만, 동시에 그 구조가 스스로       에 대한 김은만의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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