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전시가이드 2025년 12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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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이스라엘 여행기10, 45×53cm, Acrylic on canvas, 2023






        이런 영성주의와 무관하지 않은 그림으로,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          놓고 있는 관조적인, 그리고 명상적인 그림이 정중동으로 나타난 생명의
        동치는 가슴을 풀어낸, 머릿속 피의 흐름을 표현한 그림이 있다. 요동          자기실현을, 존재의 존재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치는 가슴이나 머릿속에 흐르는 피의 흐름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아마
        도 우연하고 무분별한 생명력의 분출을, 내적 파토스의 자기실현을 의           그리고 작가가 꼬물이 회화라고 부르는, 아마도 작가의 작업에서 전형적
        미할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그림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우연한 존재          인 경우라고 해도 좋을 일련의 그림들이 있다. 멀리 산 능선이 보이고, 파
        와 생명 있는 존재에 바쳐진 생명 예찬을, 바이털리즘을 예시해주고 있          란 하늘이 보이고, 노란 들녘이 보이는, 그리고 해바라기와 같은 알만한
        다고 해도 좋다.                                       형상이 보이는 그림이 얼핏 풍경을 연상시키지만(작가는 우크라이나 풍
        한눈에도 추상화의 경향성이 뚜렷한, 보기에 따라선 추상표현주의와 특           경을 심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타다 만 초가로 보이는(아
        히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붓질을 수도 없이 반복 덧칠해 그         마도 기원을, 기도를 상징할, 아니면 시간을 상징할 수도 있을) 그림이 정
        린 그림들에서 작가는 비록 요동치는 가슴이나 피의 흐름이라고 했지만,          물이 있는 풍경을 떠올리게도 되지만, 알만한 형상은 다만 거기까지다.
        사실은 요동치는 가슴이 무색하게 담담한 내적 침잠을 떠올리게 하는 그          이런 알만한 풍경을 배경으로 그 위에 한눈에도 알 수 없는, 암시적인, 반
        림이다. 피의 흐름이 무색한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분위기의 그림이다. 마         추상적인(아니면 마찬가지 의미지만 반구상적인) 형태들이 꼬물거린다.
        치 쓸 것도 없는데 계속해서 마른 마당을 쓰는 스님의 빗질과도 같은, 그        이를테면 꽈리 같기도 하고, 꽈리가 터지면서 그 속 알맹이를 드러내 보
        렇게 밑도 끝도 없는 붓질로 자신의 마음을 쓸고 마음속 번민을 쓸어내리         이는 것도 같은, 꽃봉오리 같기도 하고, 만개한 꽃잎을 절개한 속 이미지
        는, 그런,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자기 속에 요동치는 가슴을 숨겨       같기도 한, 아니면 골반을 해부한 생물학적 이미지 같기도 한,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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