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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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김병호 작가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19명의 신’

        <The Climax> Kim Byoungho Solo Exhibition
        (Shenyang chi K11 Art Space/2022.5.14.-7.31.)











































        The Nineteen Gods_2018_gold mirror stainless steel, urethane coating on stainless steel, oriental black ink, water installation_
        225(h)x47x53cm in each, pond_10(h)x450x670cm







        어두운 가운데 크기와 형태가 동일한 <19명의 신>이 서 있다. 기하학적 배열     는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공간 속 치열함으로 다가오는 고도의 ‘균
        을 통해 나온 19라는 숫자는 다양한 문명의 결과물을 대변하는 신격화된 대상      형미’와 ‘견고함’이다. 이는 완벽하게 마감 처리된 입체 설치물 때문이라기보
        을 총칭한다. 작가는 말한다.                                다는, 설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작가의 의도가 흔
                                                        들림 없이 시각적으로 구현되며 주변 공간과의 조화로 인해 느껴지는 미감 때
           ‘19명의 신’은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절대적 존재를 상징한다. 후각        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으로 감지되는 먹물로 된 인공 연못은 문명의 시작을 뜻한다. 이 위
           에 위태롭게 서 있으면서 한 곳을 응시하듯이 배열된 19명의 신들은          내가 미술 작업을 하는 이유는 모듈, 규범, 시스템 같은 문명의 합리
           절대적 존재이자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불안한 자아이기도 하다.            성에 접근하기 위함이다. 단위화되고 조직화된 물질과 비물질적 요
                                                          소가 작품의 재료가 되고, 설계 도면과 분업화된 생산 시스템의 작동
        이 작품은 중국 선양 chi K11 Art Space에서 개최되는 개인전 제일 안쪽 공간  으로 인한 여러 종류의 기계와 엔지니어링이 작품의 한 요소가 된다.
        의 어두운 조명 아래 설치된다. 이 작품을 비롯하여 작가의 작품에서 볼 수 있       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면화 단계로, 합리적으로 발전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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