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전시가이드 2023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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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전시
만남 60.6x72.7cm 캔버스에 아크릴 2019 고양이와 배 90.9x72.7cm 캔버스에 아크릴 2022
2023. 8. 24 – 8. 30 갤러리자작나무 (T.02-733-7944, 사간동)
8년 동안의 시간 시간이 좀 지나자 그림에 대한 성실함과 열정을 슬그머니 드러냈다. 그림을
공통분모로 하고 얼렁뚱땅, 희희낙락, 그저 함께 만나고 이야기하고 먹고 하
유재성 개인전 는 것을 더 좋아했던 '누나들'과 달리 매주 수업에 전리품처럼 가지고 오는 아
크릴화 작품과 드로잉의 양이 어마어마 해지며, 신기하게도 그의 그림은 한
계가 없이 내달리는 자유로움의 확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겪어보니,
글 : 이수형(학교법인 청강학원 이사장) 세상에나, 이렇게 따뜻하고 정 많은 남자였다니!
우리들의 선생님 최석운 화백, 그리고 쉽지만은 않은 '누나들'과 함께, 언제부
터인가 이 남자가 없으면 수업 분위기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러
그림이라는 멋진 폭포를 만난 남자 나 정말 몰랐다.
매주 토요일 아침 성수동 골목에서 진행되었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잠깐학 그 시간 동안 이 남자에게 일어난 변화의 용트림을 눈치채지도 못했고, 인생
교 '1년 안에 그림 그리기' 클래스에 어느 날, 츄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찍찍 끌 의 길을 바꿀 만큼의 용광로 같은 그림에 대한 열정은 더더군다나 몰랐다. 정
고 까칠한 인상의 남자가 들어왔다. 50이 훌쩍 넘는 나이까지 한 번도 그림 년을 2년 남기고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격려를 받으며 조기퇴직을 강행하더
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는 중학교 수학선생님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한 동 니, 바로 그 다음 날 남쪽 끝의 끝 임하도 레지던시로 내려갔다. 기껏 2-3개
안 수업 후 함께 하는 점심식사도 하지 않고 수업 끝나자마자 휑하니 뒤돌 월이겠지 했는데 추위와 지네에 시달리면서도 꽉 찬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아 가곤 했다. 슬쩍 보여준 몇 개의 그림들은 그 시간 동안 이 남자가 고뇌하며 몸부림치고,
때론 평온한 관조도 하며 치열한 해방감을 '즐겼던' 흔적이 그림의 완성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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