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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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노순천 작가

        공간에 띄운 드로잉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어떤 재료든 중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머릿속
                                                                      에 있는 것을 실제 공간에 현실화시킬 때 어려움이
                                                                      많다. 바람 등 예상치 못한 떨림이 있으면 이론적으
                                                                      로 완벽한 계산 하에 균형을 맞춰놓아도 한순간에 무
                                                                      너지기도 한다. 건축처럼 구조적인 보강도 가능하지
                                                                      만 불필요한 선들이 추가되어 시각적으로 방해될 수
                                                                      있다. 이보다 손쉬운 방법은 줄로 매다는 것인데 가
                                                                      벼워야 한다는 제한이 따른다. 내가 바라는 것은 ‘스
                                                                      스로’ 서 있는 입체여서 보조적인 것에 의지하지 않
                                                                      으려 한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것이 좋지만 돌처럼
                                                                      딱딱하면 형태를 만들기 어렵다. 이와 달리 쇠는 열
                                                                      을 가하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쉽게 형태를 만들 수
                                                                      있고 열이 식으면 그 모습이 유지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쇠가 가장 자유롭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
                                                                      엇인가.

                                                                      작업이  놓이는  공간이다.  같은  작업이라도  공간에
                                                                      어떻게 자리하는가에 따라 그 작업이 살거나 죽는
                                                                      다.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공간과 만나는 의미
                                                                      도 사라질 것이다. 다양한 재료를 다루는 조각 작업
                                                                      을 하다 보면 재료 다루는 재미에 빠져 다른 길로 빠
                                                                      질 때가 많은데, 돌을 깎든 VR을 사용하든 조심해야
                                                                      할 점이다.
                                                                      무수히 변하는 작업 속에서도 변치 않는 것은 무엇
                                                                      인가.
                                                                      드로잉적인 부분이다. 이제까지 어떤 매체를 다루건
                                                                      그랬다. 완성된 느낌보다 과정에 있는 듯한 작업이
                                                                      많다. 아마도 나의 타고난 성향 때문인듯하다.

                                                                      작가 작품의 특징은 최후의 에센스만 남기고 불필요
                                                                      한 것을 모두 없애버린, 아주 단순하지만 지극히 표
                                                                      현적인 선으로 구성된 공간 표현이다. 선적인 작품
        위를 보는 얼굴_2018_steel, aluminium_130x20x200cm                   의 경우 작품을 설치할 배경이 단순하면 관람에 방해
                                                                      를 받지 않으면서 감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
                                                                      우 선의 느낌이 잘 드러나지 않아 감상에 방해가 될
        노순천 작가 작품을 유심히 보게 된 것은 (사)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2022 화랑미술제(2022.3.17.-20./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색이나 양감을 추가
        SETEC)에서였다. 수화랑(대표 배민정) 부스 입구 쪽에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가만      하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작품과 잘 어울리는 배경의
        히 응시하고 서 있던 ‘Nobody’(steel, 26×2×9㎝, 2021)가 바로 작가의 작품이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오  공간을 선정하는가. 이 질문은 작품과 공간의 선정
        묘한 매력에 친근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지녀 강렬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했으며 이는 곧 구매로 이        유무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와 관련된다.
        어졌다. 작가를 찾아 작가와 작품에 대해 질문했다.
                                                                      매번 고심하는 부분이다. 덩어리가 공간을 점유할 때
        선적인 재료는 다른 재료보다 공간 구현에 어려움이 적겠으나 무게 보강 시 어려움이 클듯하다. 다양        의 답답한 느낌에서 벗어나고자 선이나 면 위주로 작
        한 재료를 사용하는 중에도 금속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업을 하는데, 작업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다
                                                                      시 덩어리를 붙여 작업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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