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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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탕 속 사람_2016_steel_dimensions variable




            가 자문한다. 내 작품이 없어도 충분이 매력적인 공간에 작품을 설치하는 경       이야기로 연결지어 완성할 수 있도록 튼튼한 기본 구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가 대부분이지만, 평소 지나다니는 공간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설치되면        작가는 관람자를 자신만의 공간 속으로 끌어들여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를 개
            시선이 쏠리면서 그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는 역할을 내 작품이 한       인적으로 완성하도록 자유를 허용하는데, 이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완벽하게
            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안전상의 이유 외에 따로 공간에 손을 대지 않는다.     성공했다. 작가가 선보이는 종이 위의 드로잉, 선 혹은 면으로 된 입체도 매력
            때로는 공간에 맞게 색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 양감을 추가하는 것은 선 작업      적이지만, 덩어리로 이루어진 작가의 입체 작품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는 존
            을 시작한 이후의 표현 연구로서 느리게 진행 중이다. 동양의 붓질, 먹의 농담     재감을 키우려 덩어리를 붙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덩어리로 이루어진 입체여
            표현 등을 하고자 시도 중이다. 공간의 선정은 그 장소에 머물면서 계속 상상      야만 하는 당위성을 갖는다. 또한 거친 면의 금속 작품들은 흡사 먹의 붓질로
            하고 그려보면서 결정한다. 아무리 고민해서 준비해도 실제로 현장에 놓았을        이루어진 수묵 작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최근 작가는 작품에 움직임을 부여
            때 조화되지 않아 변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공간과 작업이 서로서로 잘 살       하여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공간 속 선의 떨림이 주는 맛이 색다르다.
            아나게 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 어려우나 흥미롭다.                     ‘위를 보는 얼굴’을 본 사람들의 감상평을 찾아보면 시간과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며, 작품을 본 이후에도 잔영이 오래 남고, 특별히 작품에서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묘한 표정을 결코 잊을 수 없다는 것이 거의 공통적이었다. ‘노천탕 속 사람’의
                                                            경우 작품이 놓인 장소가 오랜 기간 방치된 찜질방 건물이었던 것을 환기시키
            이사한 작업실에서 새 작업을 준비 중이다. 예전부터 소리(시간)와 덩어리(공      듯 몸을 녹이는 자세와 꿈꾸는 듯한 표정에서 그 장소를 그렇게 상상하도록 만
            간)를 설치 작업으로 풀어보고자 했는데, 올해 작은 공간에서 이를 선보일 예      든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던 장소를 새롭게 인지하도록 하면서
            정이다. 여름에는 COVID-19로 2년 동안 연기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작품을 통해 시각을 달리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큰 발견으로 이끄는지를 깨닫
                                                            게 해준다. 결국 우리가 처한 각자의 현실에서 벗어나 오로지 작품을 통해 꿈
            작가의 작품이 단순하고 생략적이어서 언뜻 미니멀해 보이지만 충분히 다 있        을 꿀 수 있게 하는 것이 작가의 작품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작
            다고 생각되는 것은 작품을 보는 사람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자신만의 풍부한       가가 공간에 그리는 드로잉은 상상의 실제이면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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