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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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르봉(Le Bon) 예찬(2022). glass rod, digital print on canvas 70×70cm




        Prism을 통한 빛의 시각언어
                                                        조에 의해서 주어진 것 이며 그에 비추어지는 것은 단순한 주관적 물질형이
                                                        아니라 대상지의 심미적 체험의 제공이며 이는 신비적이라기보다 합리적이
        서양화가 전  찬  훈                                    고 존재론적인 지(知)의 성립이다. 그리고 사자(死者)의 제례(祭禮)에서 빛은
                                                        사자에 감기는 어둠과 악귀를 쫓아내서 소생시키는데 이는 신의 현현(顯現,
                                                        theophany)의 결과이며, 개인적인 조명이 아니라 어둠에서 빛으로의 이행이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나 교체로 표현하는 등 빛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다지는 다양한 철학적, 종교
                                                        적 의미를 내포 하고 있다.
        서양화가 전찬훈은 조도(照度, Lux)의 양과 프리즘(Prism)을 통한 빛의 굴곡
        현상을 이루는 시각언어로 천착활동을 하고 있다. 빛은 고대 문학, 철학, 종교     전찬훈작가는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지극히 한정된 시공간적 한계 안에 놓여
        에서 심상적(心想的) 비유로서 다양하게 차용되어 왔다. 과학적으로는 지상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를 환기하고자 하는 작가정신의 원천과 함께 현실
        밝은 세계와 지하의 어두운 명부가 빛과 어둠의 대비로 표현된다. 여기서 작가      과 비현실 또는 실체와 지각 사이에서 겪는 내적 혼란의 부조리한 감정을 삶
        가 담론화(談論化) 하는 빛은 '비물질적'인 까닭에 모든 물질을 비추어 드러내     의 지속성에 대한 작가의식의 놀이로 논거(論據) 한다. 현실과 비현실에 대한
        어 주고 자신을 소멸하는 상징적 자아로 정의 한다. 즉, 빛은 타자를 분명하게     빛의 형이상학은 작가에게 진실한 존재의 비유가 아니며 오히려 진실한 존재
        드러내면서 계속해서 자기 자신 본연인 것이다. 타자를 개체화시키는 보편자        가 밝은 것으로 만물이 그를 통해 발생하고 소멸하는 굴곡진 빛의 형상과 감
        의 역할로 소멸 하면서 세계의 모든 사물을 산출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적인       상의 각도에서 변형되는 왜곡(歪曲)되는 착시 현상을 진실한 존재로 회귀 시
        유일한 비물질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빛에는 절대자적인 모습으로 신성화의        킨다. 원기둥 프리즘을 통과 하는 굴절된 빛의 왜곡은 시각화된 형상과 색의
        경지를 체험 할 수 있는 이상의 생명 영역으로 창작 될 수 있음을 체험케 된다.     혼란을 가중 시키고 그 혼란의 이미지를 통해 일상에서 맞이하는 존재론적 자
                                                        각의 인식에 대해 역설적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빛
        철학에 기반 한 빛은 명과 암의 원론적 시각화를 넘어 자신을 통해 변화하는       의 혼란 속에서 작가의 현재를 과거로 회귀 시키며 역설적으로 미래또한 현재
        자연물 배후에 그 존재근거로서 영원불멸의 실재를 나타내 주는 그리스 철학        화 시키는 동일선상에 그의 이상과 새로운 자아를 응집된 빛으로 형상화 한다.
        의 본질적인 형이상학(metaphysics, 形而上學)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
        은 최초의 창조물로서 생명의 근원을 이루고 영역적·부분적인 지식이 아니라        “생명에서 형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빛으로부터 빚어진다. 눈은 빛을 쫓
        보편적·전체적인 진리(alētheia)에 근접하는 지식을 구한다. 진리라는 것은 ‘  고 마음은 그것에 사로잡힌다. 빛은 사물에 반사되어 형상을 드러내고 감정
        숨김없는 것’이며 순수 그 자체이어야 한다. 사상적 개념으로 진리와 빛은 동      과 사고를 촉발시킨다. 나는 화면 위에서 유리막대를 이용해 그 빛의 감동을
        일시되는데 빛을 중시한 파르메니데스(Parmenides)와 플라톤(Platon)의 철  담아내고자 한다. 유리막대는 이미지를 비추는 매체이기도 하고 그 자신이기
        학 및 그것을 계승한 형이상학의 전통은 ‘빛의 형이상학(Lichtmetaphysik)’으  도 하다. 하나하나 끊임없이 자르고 붙여낸 나의 현존(행위)이기도 하고 꿈(욕
        로 성립 된다. 그리스의 신비종교는 그러한 의미에서의 빛의 입사(incidence)  망)이기도 하다. 밖을 내다보는 창이기도 하고 나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며
        를 엘람프시스(ellampsis)라고 하였으며 고대 동방에서의 빛은 형이상학적     아무것도 아닌 무의 심연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이어야 하면서 또 아
        인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것이고 태양, 빛, 생명, 구원은 하나로 개념화 하였     무것도 아니어야만 한다.”
        다. 또한, 구약성서에서의 빛은 신의 실체가 아니라 관계를 나타낸다. 빛은 창                                     - 전찬훈 작업노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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