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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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사랑하놋다 2215, 130x130cm, 캔버스에 장지.혼합재료, 2022


         MUCH be in LOVE, 충만한 사랑의 대화                    리면서 고민한 흔적들은 <사랑하놋다> 시리즈의 변주 속에서 더욱 깊게 자
                                                        리한다. 간결한 대상과 과감한 색의 운용 속에서 동일한 대상은 단 한 점도 없
         최지윤 초대전                                        다. 그림마다 각기 다른 ‘사랑의 대화’가 흐르고 빛나는 삶의 순간들이 고귀
                                                        한 보석에 스며들어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한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1956)에서 “본래 사랑은 특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정한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 전체와 관계하는 ‘나의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라고 말한다. 자기애(自己愛)를 나타내는 이 말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
        인사동에 자리한 갤러리라메르 1층 제3전시실에서는 《최지윤 초대전-MUCH       고 타인을 사랑할 수 없음을 뜻한다. 최지윤의 최근작들은 수동적이기 보다,
        be in LOVE》(6.15~6.27)가 열린다. 작가의 오랜 시그니처인 <사랑하놋다> 시  직접 표현하고 스스로를 빛내는 능동적인 풍요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아
        리즈, 어원인 ‘~놋다’는 ‘~하는 구나’의 순우리말, 해석하면 ‘사랑하는 구나’라  무런 조건 없이 상대방에게 주는 사랑, 모든 것을 내어주던 어머님의 부재(不
        는 현재 진행형이 된다. 가장 현대화된 시각으로 21세기 채색화의 정의를 확      在) 이후, 작가는 색과의 관계에 더욱 집중하여 자신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드러
        장해가는 작가는 “현대적 채색화란 석채·분채 등의 전통 재료와 소재주의를        내는 작업을 선보이게 되었다. 최지윤이 그린 <사랑하놋다>는 강렬한 감정
        넘어, 한국인으로서의 DNA가 반영된 현대화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한      이 아니다. 아름드리 연마된 보석과 같이, 작가에게 사랑이란 언어는 결단이
        다. 실제로 작가의 그림 안에는 획의 운용과 일필휘지의 선이 물감의 마티에르      자 판단이고 약속인 것이다.
        와 결합한 독특한 화면이 펼쳐지는데, 이는 동서미학과 신구(新舊) 해석을 화
        해의 맥락에서 고민한 작가만의 오랜 수행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의 공력(功力)이 만들어낸 빛의 모뉴먼트
        고귀한 사랑의 속삭임, 색과 빛의 이중 변주                        공력이란 온힘을 다해 한 대상을 집중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둠 속에서 빛 하
                                                        나만 보고 달려온 여인의 삶, 한국의 여성 작가들은 현모양처라는 기본적인
        최지윤의 그림에는 사랑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고귀한 접근이 담겨 있다. 그        의무 속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야 만이 오랜 기간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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