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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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육상궁 측면 전경






        육상궁...클림트가 떠오르다                                 다. 반면에 칠궁은 정비가 아닌 후궁의 신위를 모시면서도 궁궐단청에 준하는
                                                        우아하고 화려한 모루단청을 하고 있는 점에서 큰 차이가 니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육상궁에 가까이 다가가면 앞에 걸린 연호궁(延祜宮) 현판과 안쪽에 걸린 육
                                                        상묘(毓祥廟)란 현판 두 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현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현판의 종류는 건물의 이름을 새긴 편
                                                        액(扁額)과 시귀를 새긴 시액(詩額), 기둥에 붙이는 주련(柱聯) 등이 있다. 현판
        (6월) 육상궁...클림트가 떠오르다 - 육상궁(毓祥宮, 사적 149호)은 숙종의 후  의 형식은 일반적으로 4가지로 구분하는데 테두리가 있는 유변형과 테두리가
        궁이며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다. 1725년(영조 1)에    없는 무변형으로 나누고, 유변형에는 사변형(斜邊形)과 모판형이 있고 무변형
        건립하였으며 당초에는 숙빈묘라고 하였던 것을 1744년(영조 20) 육상묘로      에는 궁양형(宮樣形)과 판형(板形)이 있다.
        바꾸고 1753년(영조 29)에는 궁으로 격상시켜 육상궁으로 고쳤다. 말이 궁이    또한 현판의 부재를 부르는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바닥판재를 복판
        지 실제는 묘이지만 영조가 모친에 대한 지극한 효심에서 이곳의 칭호를 높였       (腹板) 또는 알판이라 하고, 바닥판재 모서리를 따라 45° 빗겨서 덧대어 붙인
        던 것이다. 이후 1882년(고종 19)에는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이 소실된 것을 그   부재는 테두리목이라 합니다. 테두리목을 상하좌우로 나누어 상하의 가로 테
        다음 해에 복원하였다. 또한 1908년에는 추존왕 원종의 생모 인빈 김씨의 저     두리는 변아(邊兒), 좌우의 세로 테두리는 막지(莫只)라고 부르기도 하며, 테
        경궁(儲慶宮), 20대 경종의 생모 희빈 장씨의 대빈궁(大嬪宮), 추존된 진종의    두리목 네 귀퉁이 부분에 추가로 덧대어 돌출된 널판은 선대 혹은 염우판(廉
        생모 정빈 이씨의 연호궁(延祜宮),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의 선희궁(宣禧      隅板)이라고 부른다.
        宮), 23대 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의 경우궁(慶祐宮)이 육상궁 경내로 옮겨왔으
        며, 1929년에는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 엄씨의 사당인 덕안궁(德安宮)      현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청은 테두리목에 여러가지 도형으로 예술적 표현
        이 옮겨오게 된다. 이로써 조선왕조 역대 왕들의 친모로서 정비에 오르지 못       을 하였으며, 테두리가 없는 경우는 일정한 넓이의 가장자리에 했다. 대부분
        한 7인의 신위를 모시게 됨에 따라 육상궁을 칠궁(七宮)이라고도 부르게 되었      단청을 하는 방법이 쓰였으며 새김법은 그리 많이 쓰이지 않았는데 새겼어도
        는데 이는 향사이정(亭祝釐正) 조치에 따라 여러 곳에 분산되어 국가에서 제       깊게 파질 않았고 새긴 문양도 매우 간결하였다. 아마도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사를 지내던 사당들을 이곳으로 합사하였기 때문이다.                    지향했기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새김법이 선호되지 않았던 것 같다.

        육상궁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겹처마에 맞배지붕으로 된 건물로서 연호궁의      현판의 문양은 일반적으로 테두리목을 따라 일렬로 반복하여 배치함으로써
        신위도 함께 모시기 때문에 현판도 2개가 걸려 있다. 삼문을 들어서면 육상궁      질서와 정제된 느낌을 줍니다. 아울러 테두리목의 상하좌우에 대칭으로 문양
        이 중앙에 보이고, 그 앞에 이안청(移安廳)이라는 재실 2채가 나란히 서 있으     을 배치하거나, 테두리목 중앙을 축으로 하여 문양이 서로 대칭이 되도록 배
        며 나즈막한 곡담에 둘러싸여 있다. 육상궁의 동쪽으로 4채의 사당이 한데 모      치한 경우가 매우 많았습니다. 이 역시 유교가 지향하는 질서와 조화의 아름
        여 있다. 앞쪽에 덕안궁이 있고, 뒤쪽에는 동(東)에서 서(西)로 경우궁과 선희    다움을 크게 강조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질서와 조화만을 강조한 것은
        궁ㆍ대빈궁ㆍ저경궁이 남쪽을 향해 지어져 있다. 육상궁과 덕안궁 사이에 냉        아니고 정적인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문양의 방향을 서로 번갈아 배치한
        천과 냉천정(冷泉亭) 주변은 단아하고 소박한 정원이 꾸며져 있다. 이러한 칠      다든지, 반복된 문양 사이에 S자 형태가 연속된 당초문(唐草紋)이나 운문(雲
        궁은 왕실의 사당이라는 점에서 종묘와 비교가 되는데 종묘는 역대 왕과 왕비       紋) 등을 배치하여 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하였습니다. 문양의 간결한 반복 배
        의 신위를 모시면서 유교단청으로 대표되는 가장 간소한 가칠단청을 했습니         치는 먼 거리에서 바라보는 가시거리를 고려하면서 시각적으로 현판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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