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2년 06월 이북용
P. 43

금성관 내부 단청





























                                                                                                 연호궁 현판

























                                          육상궁 정면 전경                                              육상묘 현판



            를 좀 더 돋보이게 하며 장식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합니다.       이 듭니다.
            현판의 가시적 효과를 높이는 방법으로 간결하게 문양을 일렬 배치하면서 결        건축과 인테리어, 그림과 실내장식 등을 완전하게 조화시키기 위한 '종합예
            과적으로 테두리목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습니다.                       술의 완성', '예술의 완전한 통합'을 추구하는 빈 분리파를 창시하였던 클림
                                                            트는 이를 실현하는 프로젝트로 '스토클레 저택(Palais Stoclet)'을 건설하는
            육상궁에 걸린 두 개의 사변형 현판에서 아름다움의 비결을 찾는다면 바로 폭       데 벽화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벽화 중 '기사(騎士)', '포옹', '기다림' 등의 작품
            좁은 테두리목에 있습니다. 폭이 좁다는 공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칠보문과        에서 볼 수 있는 장식적이고 상징적인 아라베스크(arabesque)로부터 파생
            모란, 불수감, 영지, 꽃들을 하나 건너씩 번갈아 일렬로 배열하였습니다. 색채     된 당초문양과 곱팽이문양, 알록달록한 작은 동심원 문양들은 이미 조선시대
            는 단청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여 초빛과 2빛의 그라데이션으로 채색을 하        부터 우리 단청에서도 많이 표현되었던 도형입니다. 19세기 말 유럽에 널리
            였는데 보색대비를 활용하여 현란한 시각적 효과를 높였습니다. 그렇다고 해        자포니즘이 퍼지면서 클림트를 비롯해서 많은 화가들이 일본의 가츠시카 호
            서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않지만, 누추하지도 않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        쿠사이(葛飾北齋)나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 등의 목판화인 우키요
            陋 華而不侈)의 우리만의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에(浮世絵)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클림트 작품에서 보여지는
                                                            도형들은 일본의 우키요에에서 차용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단청에 훨
            이 현판을 보자니 불현듯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작품  씬 더 가깝습니다.
            에 등장하는 장식적인 도형들이 떠오릅니다.                         이 당시 조선과 유럽은 교류가 없어 유럽의 화가들이 단청을 전혀 알 수 없
            특히 클림트가 1902년 그린 '에밀리 플레게의 초상'이란 작품은 육상묘 현      었겠지만 클림트의 그림에서 단청이 떠오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자아도취(
            판의 테두리목에 그려진 단청과 색상이나 도형에서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          自我陶醉)일까?


                                                                                                       41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