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2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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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다.

                 그러나 한나라로 천하 통일이 이뤄지자 한신의 지위는 유씨 외의 다른 제왕과

               함께 차차 밀려나 BC 201년 공신서열 21번째에 불과한 회음후(淮陰侯)로 격하되
               었고, 유방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유방의 부인인 여태후에게 모함받아 참형에 처

               해졌다. 장량, 소하와 함께 한나라를 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개국공신 한신이 끔

               찍하고 잔인하게 살해된 것을 일컬어 후세 사람들이 월나라 범려(范蠡)에서 유래

               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장본인으로 지목함으로써 한신은 더 유명해졌다.
                 나는 여기서 장량과 한신을 비교하고, 사마천과 같은 시각에서 한신을 탓하려

               한다. 장량은 성공불거(成功不居), 즉 “성공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를 알았지

               만, 한신은 그 때를 몰라 토사구팽(兎死狗烹), 즉 성공하는데 이용당하고 잡혀 죽은

               꼴이 된 것이다.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여기서 한신이 줄곧 겸손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
               고 나선다. 뒷골목 건달들에게도 용서를 빈다면 진정한 마음으로 자신을 내려놓

               고 빌었어야 했다는 의미다. 그것이 장량이 말한 방원(方圓)이다. 그가 건달들과

               의 시비에서 빠져나올 때 겉으로는 겸손한 체했지만 속으로는 상대방을 무시하

               는 듯한 오만함을 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한신의 한계였다.
                 대신 장량은 지지(知止), 즉 멈출 때를 알았다고 했다. 그 지지의 경지는 주식시

               장에서도 흔히 인용된다. 즉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뜻이다. 그것이 유종

               의 미(美)다. 머리끝에서 팔려고 시기를 저울질하다 낭패를 보는 사람이 많은 것

               은 바로 우리 사회가 ‘지지’를 모르고 ‘욕심’만 알기 때문이리라.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바로 한신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그동안 노규수 칼럼을 성원해준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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