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0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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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으로 지어진 팔각정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별장을 방원각(方圓閣)이라 이

               름 짓고 현판까지 써서 그렇게 내걸었다.

                 “너희들 ‘방원(方圓)’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모나고도 둥근 것 그것이 방원
               (方圓)이다. 네모진 것을 열개 스무 개 자꾸만 쌓아 올려 보아라. 그러면 나중엔 모

               난 것들이 둥그레진다. 정방형(正方形)이 누적되면 원(圓)을 이룬다는 이치가 여기

               에 있다. 그렇다. 모질 때는 모질어야 되겠지만, 그것은 반드시 원만함을 전제로

               해야 하느니라.”
                 회사가 업계 정상에 오를 그때, 그에게 박수칠 때 떠난 인물. 그런 장량이 몸담

               았던 H사는 바로 중국의 한(漢)나라를 말한다. 유방(劉邦)의 책사 장량의 호가 자

               방(子房)인지라 사람들이 그를 장자방(張子房)이라 불렀다.

                 기업으로 치면 기획조정 담당 임원인 장량, 총무인사 담당 소하(蕭何), 판매영

               업 담당 한신(韓信)과 함께 한나라 건국의 3인방, 이른바 서한삼걸(西漢三杰)로 불리
               는 인물이다. 항우(項羽)를 꺾고 BC 206년 중국을 통일한 유방은 장량에 대해 “진

               중에서 계략을 꾸미고도 천리 밖의 승리를 결정지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

               만큼 그는 전술전략의 달인이었다.

                 대신 소하(蕭何)는 살림살이를 맡은 인물이다. 유방이 남방 원정에 나섰을 때
               길이 험하고 멀어서 도중에 이탈자가 많아지자, 어이없게도 전투사령관인 한신

               (韓信)마저 탈영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소하가 그것을 알고 급히 한신을

               쫓아갔다. 유방은 충복인 소하마저 도망간 것으로 알고 크게 낙담하고 있었는

               데, 이틀 뒤에 한신을 데리고 돌아오니 크게 꾸짖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도망쳤느냐”는 호통에 소하는 “도망간 것이 아니라 한신을 잡으러 갔었
               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유방이 “다른 장수들이 이탈했을 때는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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