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5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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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논리를 자연에서 관찰한 사람이 있다. 바로 다윈의 진
화론을 공부한 프란츠 부케티츠(Franz M. Wuketits.1955~ )라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생명과학과 전임교수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로서
알텐베르크에 위치한 콘라드로렌츠 진화·인지과학연구소의 부소장을 맡고 있
기도 하다.
그는 노자나 베르톨트 브레히트보다 더 구체적으로 ‘적자생존’을 분석한 책들
을 남겼다. 생물학자로서 ‘생물로서의 인간’을 관찰한 그의 저서에는 『멸종, 사
라진 것들』과 『사회생물학 논쟁』, 『자연의 재앙, 인간』 등이 있다. 그의 저작은
연구 논문까지 포함하면 수십여 종이나 된다.
그가 발표한 연구내용 중에 2011년에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된 『겁쟁이가 세
상을 지배한다』라는 책이 있다. ‘용기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식의 도덕
적 논리와는 정반대다. 이에 따라 현실 세계에서 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은 어떠
한 난관이라도 돌파해 자신의 조직원들을 생존·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
치 자식을 위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헌신하는 부모와도 같은 리더십이다. 그
러나 생존본능 이외의 감정과 도덕관념을 갖고 있는 인간들을 이끌어 가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조직의 리더가 된다. 학교 다닐 때 반장 한 번 못해봤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결혼해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그는 가정의 리
더로 올라서게 된다. 그것이 숙명이다. 따라서 리더가 되는 순간 책임의식이 발
동하게 되어 ‘원수 같은 인간’과 헤어지고 싶어도 애들 때문에 살게 된다. 직장
상사가 싫어 당장 회사에 사표를 내려 하다가도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아
내 때문에 꾹 참고 월급날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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