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3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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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살 수 있는 공존의 리더십
고대 중국의 유명한 철학자 노자(老子)의 스승은 상용(商容)이란 사람이었다. 그
는 늙고 병들어 노자에 대한 더 이상의 가르침이 어렵게 됨을 느꼈다. 정년퇴직
을 생각했다고나 할까? 그는 마지막 강의 자리를 마련하고 노자에게 세 가지 과
제를 던졌다.
하나는 고향을 지나갈 때에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가라는 것이었다. 또 다
른 하나는 높은 나무 밑을 지날 때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라는 것이었다. 노자
는 걸음걸이를 말한 스승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수레에서 내려 걷는 고향길은
자신을 낮추라는 겸손의 자세였다. 높은 나무 밑에서 종종걸음을 하는 것은, 당
시 어른이나 임금님 앞을 지날 적에 걷는 걸음걸이와 같은 자세로 윗사람을 공
경하라는 말씀이었다.
마지막으로 상용은 노자에게 “내 입속을 보거라. 내 혀가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상용은 늙어서 이가 다 빠진 합죽이 노인이었다. 노자는 대답했다. “스승님
의 치아는 단단하기 때문에 빠져버리고, 혀는 부드러운 덕분에 오래 남아있는
것 아닙니까?” 상용은 노자에게 “내가 이제 더 이상 너에게 줄 가르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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