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8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P. 248

야생농법에서 배우는 후회하지 않는 삶




















                 충청도 수안보의 북바위산 석문봉에도 지금 오색단풍이 찬란하다. 지난겨울,

               나는 그 산들에 둘러싸인 눈 덮인 고운리 계곡을 보면서 이 엄동설한에 약초는

               고사하고 과연 살아남을 생명이 어느 하나라도 있을 것인지 염려 아닌 염려를
               한 기억이 새롭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감히 내 좁은 머릿속으로 가늠이나 제대

               로 할 수 있을 것이랴. 그래서 나는 고운리 계곡 여기저기에 1천여 종의 약초를

               심고, 그 모든 약초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자미원’이라는 농장을 세워놓고는

               철마다 변하는 대자연의 조화와 섭리가 놀라워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그렇듯 이 가을을 표출하는 찬란하기만 한 저 고운리 단풍은 곧 대지 위로 떨

               어져 뒤에 오는 생명들을 위해 스스로 썩는 거름이 될 것이다. 치밀하게 짜인 회

               로 설계도에 의해 아침이면 고운리 동쪽 석문봉 너머에서 태양은 솟아오른다.

               낮에 잠시 계곡에 머물다 저녁이 되면 그 태양은 서쪽 적보산 너머로 다시 사라

               져 가고, 그 사이 어두움을 시샘하는 별과 달의 순환이 그저 경이롭기만 한 곳이
               다.





            248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
   243   244   245   246   247   248   249   250   251   252   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