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2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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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 등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동식물성 유기물을 토양에 환원시킴으로써 지
력을 유지증진 또는 회복시키는 농법을 더 자연 친화적으로 발전시킨 개념이다.
하지만 나는 야생농법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간의 건강을 목적으로 재배하
는 약초일수록 그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자연 그대로’가 아닌, ‘토지 그
대로’의 방식이다. 살아 있는 흙의 위대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킴으로써 생산
성을 결코 무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연농법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사람
손이 가지 않은 관계로 수확량이 크게 저하되고, 그 가격이 금값이라면, 그것은
약초에 부여된 인간의 건강증진이라는 보편적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
특히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아무리 약효가 좋다는 산삼도 결국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수요자에게 공급할 수 없고, 공급하더라도 돈 많은 소수의 사람에게
만 한정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人), 즉 홍익인간의 개념과는 동떨어진 얘기가
된다.
그래서 수안보 자미원은 산삼(山蔘)을 기르는 자연농법이 아니다. 대신 산양삼(山
養蔘)을 기르는 방식과 같은 야생농법이다. 귀향농업인이기도 한 나는 이 방식을
언젠가는 체계적으로 후배 농업인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야생농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人)을 위한 ‘천지인의 조화’이고, 우주와
자연이 순환하는 ‘영원회귀’의 세계관이다. 니체가 지적한 영원회귀의 기본정
신, 즉 “지금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는
인생관을 나는 적극 지지하기 때문이다. 야생농법은 결국 ‘후회 없는 삶’을 위한
홍익인간들의 생활철학이다.
(2013.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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