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4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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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했다. 그렇듯 노자는 이미 거친 세상에서 생존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었다.
노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전국시대였다. 중국 전역에 군웅이 할거하고, 천하를
제패하기 위한 군벌들의 싸움이 치열한 난세였다. 그런 혼란의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처세술을 제시하고자 했던 인물이 바로 도덕경(道德經)을 쓴 노자
였다.
노자가 살던 BC 400년경이나 현대의 21세기나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강한 이빨은 부러지거나 떨어지지만, 부드러운 혀는 존재
한다는 것은 많은 생물학자, 경영자, 철학자들에게 생존과 처세의 교훈을 남겼
다.
20세기 들어서도 그 같은 춘추전국 시대가 있었다. 바로 1914년에 발생한 제
1차 세계대전부터 1945년에 끝난 제2차 세계대전까지가 그런 시기일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 중에 독일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가 있다. 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작품에서 “강한 자가 살
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역설했다.
그의 외침은 세계대전을 경험했던 많은 정치가들과 경영자들의 가슴을 쳤다.
그것이 그들의 리더십으로 작용했다. 쇠도 씹어 먹을 만큼 강한 이빨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지만, 실제 그런 지도자나 경영자들은 많은 고난을 겪
거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야 했던 것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은 결국 노자와 똑같은 결론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에
서의 적자(適者)는 현실 세계에 대한 적응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약육강식
(弱肉强食)에서의 약자(弱者)는 고향이나 큰 나무 밑에서 어깨에 힘주고 고개를 뻣
뻣이 드는 사람이었고, 강자(强者)는 조용히 종종걸음을 걷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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