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1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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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더니 유독 한신만을 쫓아간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소하는
“모든 장군은 얻기가 쉬울 따름이지만, 한신 같은 경우에는 이 나라의 인물 중에
둘도 없는 인물이옵니다. 폐하께서 한(漢)나라의 왕으로만 계신다면 한신이 필요
없겠지만, 항우를 이기고 천하를 얻으시려 한다면 한신 같은 인물 없이는 더불
어 그 일을 도모할 사람이 없습니다.”고 대답했다. 훗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논공행상을 논하는 자리에서, 유방이 “가장 큰 공은 소하에게 있다”라고 말한
바로 그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한신을 알아본 것이다. 한신은 젊었을 때 가난한 비렁뱅이였다고
한다. 뛰어난 재주나 언변도 없이 그저 남의 집에 얹혀 얻어먹곤 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피해야 할 만큼 누구나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한신은 천
하 통일의 꿈이 있었다.
“네놈이 덩치는 큼직하게 생겨서 밤낮 허리에 칼은 차고 다니지만 사실 네놈
은 겁쟁이일 뿐이야.”, “네가 만약 사람을 죽일 용기가 있다면 어디 그 칼로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러나 만일 죽기가 싫다면 내 바짓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
야 한다!”고 뒷골목 건달들에게 놀림을 당할 때 그는 실제 그들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들어 가 놀림감이 되었다. 그것이 바로 과하지욕(誇下之辱)의 수모라는 것.
그런 한신이 때를 만나 장량의 눈에 띄어 유방 진영에 가담하게 된다.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고, 사소한 다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치욕까지 참아내면서 때
를 기다린 끝에 결국 그는 한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이 되기에 이르렀다. 한신이
펼친 군사작전 중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 ‘배수의 진을 친다.’는 말이다. 강
을 등 뒤에 두고 군사들을 싸우게 한다는 것으로, 군사들이 겁먹고 도망치지 못
하게 만들고는 3만 군사로 조(趙)나라 20만 대군을 격파시킨 장본인이 바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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