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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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다. 북한의 핵 위협이니,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이니 하는 것들은 마치 먼

               나라의 얘기로 들리는 세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대하는 외국의 시

               각으로 보면, 한반도는 가히 일촉즉발, 폭풍전야의 긴장감으로 휩싸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차례나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북한이 결국 마지막 상황까지

               연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4월 5일 러시아와 영국 등 평양주재 외

               국 공관들에게 직원 철수를 권고하고 나선 데 이어 8일에는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가 그들의 외화벌이 창구인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북한
               근로자들을 모두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 모든 발언은 현재 우리의 상황이 전시상황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북한은 핵개발이나 전쟁 위협을 수없이 반복해왔지만, 최근 북한

               당국자의 발언들은 “곧 전쟁이 일어난다. 살고 싶으면 모두 도망가라”는 수준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양치기 소년’ 효과 때문일까. 문제는 우리 ‘남조선’ 국민들의 무감각이다. 이

               젠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좀 더 강조하는 뜻으로

               표현한다면, 오늘의 우리는 요순시대 격양가를 부르듯 그저 평온하고 일상적일

               뿐 좀처럼 변화의 조짐이란 없다.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물론 화들짝 놀라 물과 라면 등 비상식량을 사재기하고, 집 밖에도 못 나가며

               전전긍긍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남조선’의 긴장을 조성하고 계

               층 간의 갈등을 조장해,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국 지위보장과 경제 원조를 보

               장받으려는 속셈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우리를 보는 밖의 사람들은 더 긴장되어 있다. 외신들은 연일 한반도
               의 일촉즉발 위기상황을 보도하고, 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82 노규수의 사회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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