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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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국내 한 신문은 AP통신의 평양발 기사를 인용하면서 북한에서
미국 자본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문제의 이 소설이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에 처음 번역, 출간돼 열풍을 일
으킨 후 지금까지 각계각층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신문은 북한 독
자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인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약육강식 상황
에 공감하는 것이 소설의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남북전쟁 전후 남부인들처럼 북한 주민도 고통스러운 시기
를 견디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독자는 “북한에서는 강자만이 살아남
는데 그게 바로 소설의 메시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젊은 여성들은 주인공 스칼
렛이 모든 것을 잃은 후에도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에 감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세기 미국을 움직였고, 그 결과 오늘의 미국을 탄생시키게 되었다는 두 권
소설의 저자는 모두 여성이다. 링컨이 ‘매우 여성스런’ 해리엇 스토 여사를 만났
을 때 “위대하고 강력한 소설을 쓴 부인의 용모가 헤라클레스처럼 강인할 줄 알
았다”고 말했다는 것처럼 ‘배 두드리고 흥겹게 노래하는’ 태평성대로 가는 길은
부드러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전쟁’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황량한
들판에서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Tomorrow is Another Day)”라고 희망을
말한 타라 농장의 스칼렛처럼 나는 내일의 태양이 우리 민족 모두에게 찬란하게
뜰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부드러움’으로 남북통일을 대비해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2013.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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