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사회돋보기)노규수 컬럼집-본문(최종)_N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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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한 괴테의 언급이다. 물론 당시 교회의 ‘믿음’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프톨레마이오스 체계’를 ‘하늘의 뜻’이자 바로 ‘과
학’이라 생각해 왔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이 도전을 받는다는 것은 곧 교
회에 대한 도전이었다.
자칫하면 코페르니쿠스의 우주관이 가톨릭의 우주관, 인간관, 신앙관을 뿌리
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영원한 낙원 에덴동산’을 갖고 있는
지구라는 존재를 보잘것없는 태양의 부속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었다. 그 속에
사는 인간 역시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천지 만물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 예
수를 왜 굳이 하찮은 지구로 내려보냈다는 것인지 당시로써는 설명하기 애매했
다. 인간이 과연 신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존재인지조차 불투명했다. 따라
서 교회는 코페르니쿠스라는 이단자의 사악한 말을 입에 담지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2010년 코페르니쿠스의 조국 폴란드에서는 ‘이단자’ 코페르니쿠스가
죽은 지 거의 500년 만에 그의 장례식을 정식으로 다시 치렀다. 그 자리에서 고
위 성직자들을 포함해 폴란드 국민들은 그를 국민적 영웅이라 부르기를 주저하
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가 죽은 이후 60여 년 만인 1609년 중세 종교 법정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가 역시 이단자로 파문당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Galileo Galilei, 1564~1642)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992년 10월 복권됐다. 교
회가 그들의 공적을 인정하기 훨씬 전부터 역사는 그 두 사람을 일컬어 ‘과학혁
명의 주도자’라고 말해 왔던 것을 교회도 결국 추인한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레볼루션(Revolution)의 진실을 말한 것이 바로 ‘혁명’이
라는 단어가 됐다. 그렇듯 독재로 억압받던 인권의 진실을 말한 것이 바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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